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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發 '건보료 개편',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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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發 '건보료 개편', 쟁점은?

입력
2016.07.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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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제외한 소득 파악은

자영업자ㆍ전문직 수입 베일 속

임대소득 비과세 혜택도 문제점

더민주 “세원 투명해져 보완 가능”

임금근로자 불이익 안볼까

‘유리지갑’ 직장인 부담 가중 우려

더민주 “건보료율 되레 인하” 반론

퇴직ㆍ양도소득 등 부과도 이견

건보재정 악화 vs 개선

보험료 3조 덜 걷혀 고갈 지속

소득재원 발굴 늘며 충당 충분

피부양자 폐지도 뜨거운 감자

건강보험 임의계속가입자(실직 후 2년 간 재직 당시 건강보험료 유지)로 월 2만9,000원의 건보료를 내던 A씨는 생활비를 벌려고 한 달간 구청 공공근로를 한 뒤 건보료 15만5,000원을 청구 받았다. 지역가입자로 자동 전환되는 바람에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와 10년 연식 승용차에 보험금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소득도 끊겼는데 5배나 뛴 보험료에 당황한 A씨는 임의계속가입자 전환을 요청했지만 ‘직전 사업장에서 1년 이상 일하지 않아 요건이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전직 공무원 B씨는 “정년퇴직 후 건보료가 너무 올랐다”며 항의차 건보공단을 찾았다. 직장 다닐 땐 월 16만원 정도였던 보험료가 수입이 없는 지금 20만원 넘게 청구돼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매달 300만원씩 나오는 연금소득, 주택 및 토지, 자동차 2대를 근거로 부과됐다는 설명에도 수긍하지 않던 B씨는 결국 편법을 찾아냈다. 월급 180만원을 받는 직장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재, 건보료를 면제 받은 것이다. 연금소득 등이 기준치인 4,000만원에 미달한 덕분이었다.

위 사례에서 보듯 건강보험 제도가 가입자 별로 상이한 부과체계 탓에 거센 형평성 논란에 휩싸여온 게 한두 해가 아니다. 지난해 건보공단에 제기된 보험료 관련 민원만 해도 6,700만 건에 달할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건보료 산정 기준을 소득으로 단일화하고 피부양자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지난 6일 제출했다. 개정안대로라면 A씨와 같은 무소득자는 건보료를 면제 받거나 최소보험료만 내면 되고, B씨는 연금소득에 대한 보험료를 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쇄신위원회가 2012년 마련했던 안과 큰 차이는 없다. 전문가들은 “더민주 안은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고 제도 악용 사례를 줄일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법안 논의 및 시행 과정에선 난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도 새로운 대안을 준비 중이어서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근로소득 외 소득 파악 저조

소득 중심 건보료 체계 개편을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은 직장인을 제외한 계층의 소득파악률이 낮다는 점이다. 특히 지역가입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은 62.7%(2012년 기준)에 불과하다. 변호사ㆍ의사 등 전문직이나 개인사업자 역시 소득 파악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11일 “고액 자산가의 주요 수입원인 임대소득에 비과세 혜택이 부여돼 건보료 부과가 어려운 점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신용카드 사용, 현금영수증 발급의 보편화로 세원이 갈수록 투명화되고 있어 일단 제도를 시행한 뒤 보완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2013년 가입자 소득자료 보유율만 해도 92.2%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건보공단이 소득자료를 하나라도 보유한 가입자 비율을 뜻하는 것일 뿐 실제 파악 수치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직장인 부담 늘어날 우려

소득 파악이 저조한 상태에서 소득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면 결국 직장가입자, 특히 근로소득이 주 수입원인 가입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제갈현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소득파악률을 높일 묘책이 없는 현실에서 국세청이나 건보공단이 보유한 소득자료에 의존할 경우 세원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임금근로자의 부담이 커지는 역진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더민주는 “개편안이 적용되면 현행 6% 대인 건보료율(월급 혹은 소득 중 매월 건보공단에 내는 보험료 비율)이 평균 4% 후반대로 떨어지고, 전체 가입자 90~95%의 보험료가 인하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소득에 건보료를 부과한다는 개편안 내용도 쟁점이다. 특히 퇴직소득, 양도ㆍ상속ㆍ증여소득 등 규모가 크고 일시적인 소득도 부과 대상인지를 두고 이견이 적지 않다. 김진현 서울대 교수는 “이러한 소득은 소득이라기보단 재산의 성격이 강한 만큼, 이중부과가 되지 않으려면 ‘재산 자체가 아니라 재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원칙이 준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건보 재정 괜찮을까

지난해 건보료 부과금액 44조3,300억원 중 지역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는 7조3,750억원(16.6%) 규모이고, 이 중 4조2,000억원 이상이 재산 및 자동차 부과분이다. 재산을 제외한 소득 기준 부과가 전면 시행될 경우 재산 등에선 보험료가 걷히지 못한다. 더민주 개편안의 모태인 2012년 건보공단의 부과체계 개편안에 따르면 소득 기준일 땐 보험료가 2조9,200억원가량 덜 걷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건보 재정에도 이만큼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재산 부과 보험료를 대체할 소득 재원 발굴이 늦어질 경우 건보 재정 악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 건보 재정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지만 고령화, 보장성 강화에 따른 지출 증가를 감안하면 재정 고갈은 시간문제라는 진단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시행 초기엔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모든 소득에 대해 부과한다는 원칙을 세운 만큼 재원이 계속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건보료 인상 계층 반발 가능성

건보료가 올라가는 사람들의 반발도 변수다. 더민주는 소득 기준 부과체계 시행으로 전체 세대의 5~10% 가량은 건보료가 인상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 양도ㆍ상속ㆍ증여ㆍ퇴직소득이나 분리과세 대상 금융소득 등 그간 건보료가 부과되지 않았던 소득을 보유한 세대, 근로소득 외 수입이 있는 직장가입자 등이 대표적 계층이다. 이 계층은 자산가 및 고소득층과 상당 부분 겹친다. 보수 성향 정치권이 이들을 의식해 법안 통과에 쉽게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2,050만명에 달하는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야권에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더민주는 이 중 소득이 있는 사람은 214만명 정도라는 입장이지만 소득 파악 진전 여부에 따라 상당수가 보험료 면제자에서 납부자로 전환될 경우 이들의 정치적 반발과 압박은 건보료 체제 개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소득 자료가 없는 가입자에 부과되는 최저보험료 역시 적용 범위와 액수에 따라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를 의식한 듯 더민주 개정안에서는 최저보험료를 가입자 개인이 아닌 세대 단위로 부과하는 완화된 조항이 담겼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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