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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에 내몰린 어느 하청 노동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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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에 내몰린 어느 하청 노동자의 죽음

입력
2016.07.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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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불임금 요구 단체행동 찍혀

재취업 거부 등 압박에 시달려

대우조선은 “블랙리스트 없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조선소 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진 노동자는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하청노동자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인물이다. 자살 한 달 전쯤에도 대우조선 측이 하청업체에 그의 퇴사를 압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죽음을 둘러싼 파장이 예상된다.

11일 거제ㆍ통영ㆍ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거통고대책위)에 따르면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소 내에서 목을 매 숨진 김모(42)씨를 이날 오전 8시쯤 블록 확인 점검 중이던 다른 사내하청업체 직원이 발견했다. 경찰은 김씨가 전날 밤 작업장에 들어와 목을 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건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김씨의 시신은 거제 대우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달 24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제5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제5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의 동료와 거통고대책위 등은 김씨가 지난 5월 임금체불 해결을 요구하다 원청업체의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씨는 대우조선 하청업체에서 물량팀장으로 일하던 올해 5월 13일 업체 폐업 소식을 듣고 사측에 임금체불 해결을 요구했다. 당시 원청과 하청업체 측은 김씨 등에게 “체불임금의 70%를 받으면 계속 일할 수 있고 100%를 받으면 회사를 나가야 한다”고 통보했고, 김씨 등 25명은 밀린 임금 100%를 받고 새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김씨는 이후 한 달여간 재취업을 하지 못했다. 삼성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일을 하기 위해 신체검사까지 받았지만 첫 출근을 하려던 5월 24일 삼성중공업 앞에서 출입증 발급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거통고대책위 관계자는 “당시 김씨 등이 다른 하청업체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주고 확인을 해보니 ‘단체행동’ 등의 이유로 출입증 발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파악됐고, 언론 등에 이런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14일 동료 1명과 함께 대우조선 하청업체에서 물량팀원으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대우조선이 하청업체에 김씨의 퇴사를 종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동료는 “대우조선 정규직 직원 등을 통해 원청이 하청업체에 김씨의 퇴사를 압박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그럼에도 하청업체 대표가 ‘기왕 취업을 했으니 일을 시키겠다’고 고집해 한 달 정도 일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김씨는 결국 여러 압박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블랙리스트 공유 의혹과 관련해 원청업체인 대우조선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자체가 없을뿐더러 이를 삼성중공업과 공유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 역시 “하청업체 채용 문제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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