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자유로워지길, 널 놓아줄게.” 피아노를 치는 가녀린 몸의 소녀가 쏟아내는 고음이 맑고 시원하다. 2008년 열 두 살이 된 소녀는 자작곡 ‘소 비 프리’를 연주하고 부른 곡을 유튜브에 올려 1,0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네티즌의 관심을 샀다. 이름을 알린 건 같은 해 영국 음악 경연대회 ‘오픈 마이크’에서 자작곡을 불러 우승을 하고 난 뒤다. 수많은 러브콜을 받은 소녀는 3년 뒤인 2012년 데미안 라이스 등이 속한 레이블(14th Floor)과 손 잡고 ‘버디’(Birdy)란 데뷔 앨범을 내 평단과 음악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버디’는 어려서 음식을 먹을 때 입 모양이 꼭 아기 새를 닮았다고 해서 그의 어머니가 집에서 불렀던 애칭(본명 재스민 반 덴 보가드·20)이자 가수 활동 명이다.
“한국은 재미있는 곳이 많다고 들었는데 정말 기대 되요.” 이달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지난 5일 국제전화로 만난 버디의 목소리는 이름처럼 여렸고 수줍음이 가득했다. 런던에서 전화를 받은 그는 “아시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아 벌써부터 무척 기대된다”며 전화 내내 설렜다. 버디는 22~24일 경기 이천시 지산리조트에서 열리는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에서 행사 둘째 날인 23일 무대에 올라 처음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버디는 네 살에 피아노를 치고 일곱 살부터 작곡을 했다. 예술적 기질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에게서 물려 받았다. 버디는 “어려서부터 엄마의 연주를 보고 들으며 나도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연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열 여섯의 나이에 데뷔한 버디는 지난 3월 낸 3집 ‘뷰티플 라이스’에 어른의 문 앞에서 겪어야 했던 혼돈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수록곡 ‘키핑 유어 헤드 업’에서 “방황하는 당신의 모습을 지켜봐 왔다”고 노래하고, 앨범에 성장통이란 뜻의 ‘그로잉 페인스’란 곡도 실었다. 3집에 대해 버디는 “제일 나다운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처음으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와 개인적인 감정들을 담았기 때문”이란다. 3집은 그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그림 그리기가 취미라는 그는 앨범 재킷 사진을 일본풍의 드레스를 입고 찍었다. 소설 ‘게이샤의 추억’을 읽고 이국적인 일본 전통 디자인에 빠져 찍은 사진이다.
시간이 흐른 만큼 소녀의 목소리는 깊어졌다. 1집과 비교하면 3집에서 버디의 목소리는 더 고혹적으로 변했고, 감성은 짙어졌다. 이 매혹적인 목소리에 빠진 국내 음악 팬들도 많다. Mnet ‘슈퍼스타K3’ 출신 가수 김예림은 11일 버디의 ‘키핑 유어 헤드 업’을 부른 영상을 공개하며 그의 팬을 자처했다. 버디는 “한국에 많은 팬들이 있을 거라곤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며 “이런 일들이 내게 일어난 건 정말 큰 행운”이라고 고마워했다. 올해 스무 살이 된 백인 여가수가 꿈꾸는 건 흑인 여성 음악인인 “트레이시 채프먼을 닮는 것”이다. ‘패스트 카’ 등으로 미국 내 빈민들의 삶과 흑인 차별 문제를 차분하게 읊조렸던 포크 가수다.
“내 목소리에 강인함과 연약함이 공존하길 바라요. 그게 꼭 가수로서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요. 내 어딘가에 존재하는 힘을 노래를 통해 보여주고 나누고 싶어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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