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상원)의 절반을 교체하는 10일 일본 중간선거는 집권 여당의 개헌안 확보가 최종 변수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 여당 및 오사카유신회 등 개헌파가 개헌선인 3분의2의석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여야는 막판까지 치열한 득표전을 벌였다.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선거 초반부터 자민ㆍ공명 연립여당이 선거 대상인 121석(참의원 242석의 절반) 가운데 과반인 61석 확보를 공식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연립여당을 포함한 개헌세력이 선전하는 통에 참의원 3분의2의석 확보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자 선거 분위기는 더욱 과열됐다.
특히 민진당과 공명당, 사민당, 생활당 등 야4당은 선거구당 1명을 뽑는 32개 소선거구에서 후보 단일화에 나서며 개헌 추진 세력의 개헌선 확보 저지를 목표로 삼았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진당 대표는 막판 유세전에서 "개헌 추진파가 참의원 의석의 3분의 2를 확보하면 총리는 (군대 보유와 무력 행사를 금지한) 헌법 9조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개헌 저지를 호소했다. 야권은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선거운동에 매진하면서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드는 것을 표로서 중단시켜달라”고 읍소했다.
이번 선거는 또 2015년 10월 제3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라서 아베 내각의 중간평가 성격도 강했다. 때문에 여야는 선거 과정에서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 아베 정권에서 강행 처리한 안보관련법 폐지 문제, 사회보장 정책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9일 최종 거리유세에서 “아베노믹스는 실패하지 않았다. 아직 가는 길의 중반이지만 힘차게 앞으로 나가자”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지금 와서 아베노믹스를 중단하면 4년전 침체기로 일본이 되돌아간다”며 “우리들은 정권을 탈환하고 경제를 회복시켜 지금 사상 최고의 유효취업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카다 민진당 대표는 “아베씨는 3년반을 엔화약세ㆍ주가상승에 취해 낭비했다”면서 “아베노믹스는 부유층을 위한 것으로 반서민정책에 가깝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야당의 선거연대도 쟁점이 됐다. 특히 여당은 야당의 선거연대를 “일관성이 없고 제 각각인데다 무책임한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치열한 선거전에도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지 않자 여야는 각종 이색공약들을 쏟아냈다. 자민당은 “일본국민 30%가 겪고 있는 꽃가루 알레르기 제로 사회 실현”를 내걸었다. 꽃가루가 적은 삼나무로 바꿔 심는 사업을 촉진하거나 꽃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하는 기술개발을 추진하겠다고 공약이다. 오사카유신회는 스마트폰으로 투표하는 방법을 밀어붙여 젊은층의 참여를 끌어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민진당은 “정치인 남녀 성비가 같아지도록 할 것”을 공약집에 명기했다. 선거후보자의 남녀 수가 같도록 촉구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약속이다. 공산당은 거액의 환전거래에 세금을 강하게 매기는 ‘환전거래세’를 도입하겠다며 세수증가와 투기억제책을 내세웠다. 사민당에서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개와 고양이를 살처분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겠다고 공약이 나왔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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