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수지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래 정부의 적극적 관광산업 진흥책이 무색할 정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일반여행 수입액 72억8,030만 달러와 대외 지급액 87억7,370만 달러를 상계한 관광수지는 14억9,34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은 메르스 파동으로 8년 만에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적자액 14억7,380만 달러보다도 1.3%(1,960만 달러) 오히려 많다. 정책 대응이 시급한 이유다.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포함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꾸준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관광수지 적자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는 내국인 해외여행이 빠르게 늘어난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은 지난해보다 10.6% 많은 655만5,434명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국민은 지난해에 비해 13.9%나 급증한 885만1,752명에 달했다. 국내 백화점 면세점이 유커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들어 차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사이, 더 많은 수의 국민이 해외로 나가서 많은 돈을 쓰는 셈이다.
내국인 해외여행 수요 급증엔 해외여행 선호심리부터 저가 항공노선 확대에 따른 해외여행 경비 감소까지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하지만 결론은 분명하다. 국내 여행의 비용 대비 만족도가 해외여행에 비해 떨어진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는 게 주된 요인이다. 같은 돈을 써도 이국적 문화에 대한 호기심 충족은 물론이고 숙박, 음식, 관광지에서의 여유 등 대부분의 기대요소에서 해외여행이 국내여행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의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책은 크게 외국 관광객 국내 유치 확대책과 내국인의 국내여행 활성화책으로 나뉜다.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선 숙박과 교통 등 인프라 구축과, ‘코리아 둘레길’ 같은 국제적 관광상품 개발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반면, 국내여행 대책은 최근 대통령조차 “이번 여름휴가는 가능한 한 국내에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정서적 호소에 매달릴 정도로 아직 마땅한 게 나오지 않았다. 사회적 캠페인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교통 편의 증진, 특정 여행지 과밀화 해소를 위한 여행지 분산책, 숙박 및 음식 서비스 개선, 비용 절감 지원 같은 제도적 대응도 시급하다. 이왕에 범정부 차원의 ‘국가관광전략회의체’까지 추진하고 있다니, 적극적 국내관광 활성화 방안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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