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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운동 강박

입력
2016.07.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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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받던 요가 강습 대신 인왕산 자락길을 걷기로 했다. 빨리 걸으면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그 길은 평지라서 관절에 무리가 되지 않고, 실내 운동을 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머릿속이 정화된다. 신선한 공기를 들이킬 수 있는 것도 큰 이점이다. 어느새 산속 모감주나무 꽃은 다 졌고, 꽈리처럼 생긴 연두색 씨방이 부풀고 있다. 첫날, 그 길을 걷다가 요가 강습을 같이 받던 회원과 마주쳤다. 몇 가지 운동을 하고 있는 나보다 훨씬 연상의 사람이라 그 길에서의 만남이 무척 놀라웠다.

내 주변에는 운동에 강박증이 있다고 느껴지는 자들이 있다. 필드에 나갈 때에 대비해 부지런히 실내 골프장에 다니고, 하루도 빠짐없이 헬스클럽에서 몸을 단련할 뿐만 아니라, 요가까지 하고 나서 규칙적으로 사우나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 때문에 늘 정신없이 바쁘고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렇게 운동을 하며 뛰어다니는데 피곤하지 않으면 괴물일 것이다. 운동을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집안일을 해야 할 때는 큰 희생을 당한 것처럼 말하고, 그날 못한 운동을 다음날 더 높은 강도로 보충해야 하니 이미 했던 약속은 미루거나 변경된다. 운동의 강도를 높여가는 그들의 정수리에서는 곧 연기가 피어오를 것만 같다. 인간만이 운동을 하는 동물이다. 다른 동물이 그처럼 필사적으로 달릴 때는 목숨이 걸린 절박한 순간일 듯.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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