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이 신차들의 판매 돌풍과 노사 상생에 힘입어 역대 상반기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내수 시장에서 한국GM은 8만6,779대의 판매량으로 2002년 회사 출범 이래 14년 역사상 상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6%나 급증한 수치다.
상반기 한국GM은 신차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신형 스파크와 올해 3월 내놓은 신형 말리부가 주인공이다. 스파크는 상반기 4만776대가 팔려 경차 최강자였던 기아차 모닝을 8년 만에 2위로 끌어내렸다. 상반기 모델별 판매 순위에서도 4위에 오르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말리부 역시 판매에 가속도가 붙어 지난달에만 6,310대가 팔려 나갔다.
신차의 판매 호조 뒤에는 한국GM의 독특한 노사 협력이 있다. 지난 1월 부임한 제임스 김 사장은 취임 초 “올해 내수 시장에서 ‘19만1,000대 판매ㆍ10% 이상 시장 점유율’ 달성이 목표”라며 “임직원 전체가 책임감을 갖고 ‘이기는 문화’를 만들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제임스 김 사장의 뚜렷한 목표 제시에 노조도 응답했다. 내수 판매 증가가 국내공장의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다는 인식 아래 지난 1월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노조가 먼저 제안해 ‘노사 판매 증진 태스크포스팀(TFT)’이 결성됐다. TFT는 한국GM 노조와 국내영업부문, 노사부문, 대외협력부문 등이 힘을 합친 협의체다. 월 2회 가량 정기 회의를 열어 판매 증진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TFT의 아이디어는 곳곳에서 힘을 발휘했다. 지난 3월 TFT 제안으로 열린 인천 계양산 판매 캠페인에서는 노조 조합원과 임직원 300여명이 모여 등산객들에게 차량을 홍보했다. 당시 현장에서 스파크와 임팔라의 계약을 따내는 등 지역 주민들에게 확실하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노조의 제안으로 제작된 사내 모바일 소프트웨어(앱)는 차량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임직원들이 이를 통해 지인들에게 한국GM의 차를 쉽게 소개할 수 있다. 지난 4월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말리부 출시 행사에서는 회사 측 제안으로 노조 간부들과 한국GM 임직원들이 동석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GM은 노사 관계자들의 협력업체 직원 채용 비리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제임스 김 사장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노사가 함께 투명한 경영을 이뤄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한국GM 관계자는 “하반기 스포츠카 카마로SS와 전기차 볼트가 출시된 뒤에도 노사가 힘을 합친다면 내수 시장 점유율 10%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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