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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B 이어 AIIB까지 부총재 자리 날아갈 판… 무능한 경제 외교

입력
2016.07.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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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경제부 기자

산업은행 회장 시절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홍기택 AIIB 부총재. 한국일보 자료사진
산업은행 회장 시절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홍기택 AIIB 부총재.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지난 8일 홍기택 부총재가 맡고 있던 최고리스크책임자(CRO)에 대한 공개 채용 절차에 착수했다. 휴직을 신청하고 잠적 중인 홍 부총재가 더 이상 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달 28일 휴직 이후 열흘 만에 내린 신속한 조치다. 홍 부총재는 지난 2월 임명된 지 반 년도 안 돼 국제금융기구 부총재 자리에서 물러나는, 전례 없는 당사자로 기록에 남게 됐다. 게다가 AIIB는 홍 부총재가 맡고 있던 CRO 자리를 국장급으로 격하시키고, 대신 재무책임자(CFO) 자리를 부총재로 격상했다.

AIIB의 채용 공고가 나간 날, 기획재정부는 “(후임 부총재 자리에) 한국인이 선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한가한 자료를 배포했다. AIIB가 CFO 부총재 신규 채용 공고를 내긴 했지만, 앞서 국장급 CFO 자리에 프랑스 인사를 내정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부총재 자리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자료는 매우 형식적인 것일 뿐, AIIB에 4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하고 어렵게 얻은 부총재 자리 하나를 불과 5개월 만에 날려버린 셈이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은 홍 부총재에게 있음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한국이라는 국가를 대표해 국제금융기구 부총재 자리를 맡은 사람이 본분을 망각하고 “대우조선해양 지원 당시 서별관회의에서 정부로부터 린치를 당했다”는 식의 발언을 수 차례 쏟아내며 국가적 망신을 초래했다.

하지만 정부의 책임은 이보다 훨씬 더 무겁다. 자격도 안 되는 이를 막중한 자리에 ‘낙하산’으로 내리 꽂은 것부터 단추를 잘못 뀄고, 국제금융기구 부총재로서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된 사후 관리를 하지도 않았으며, 휴직 신청 이후에도 이를 만회하려는 외교적 노력도 낙제점이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앞서 정부는 또 다른 국제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 자리에 ADB측에서 원했던 인사를 배제한 채 엉뚱한 인사를 추천해 12년 만의 부총재 자리를 놓치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보인 전례가 있다. 당시 정부 내에선 “다 된 밥을 놓쳤다”는 한탄이 일었는데, 이번에는 “먹던 밥까지 뺏겼다”는 말이 나오게 생겼다. 한 번은 실수라고 넘어가줄 수도 있지만, 두 번, 세 번 반복되는 걸 어떻게 용납하란 말인가.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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