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경찰관이 술을 먹은 상태에서 20대 여성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가 감찰 조사를 받게 됐다.
10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1시 30분쯤 대전 서구 한 이면도로 편의점 앞에서 대전 모 경찰서 소속 A경장이 담배를 피고 있던 B(20)씨 등 4명에게 “미성년자 아니냐. 왜 담배를 피우냐”면서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A경장은 청소년 범죄 등을 담당하는 여성청소년과 소속이다.
A경장은 최근 특진해 이날 축하주를 마신 상태였고, 여성들도 술을 마셨다.
B씨 등이 A경장에게 “왜 신분 확인을 하느냐”고 따지자 A경장은 경찰 신분증을 내밀었지만 이 신분증을 여성들에게 뺏기고 말았다. 거친 말까지 오가면서 시비가 이어지자 B씨 등은 급기야 112에 신고까지 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해 여성들에게 일단 귀가한 뒤 다음에 조사를 진행하자고 권유했다. 하지만 여성들은 택시를 타고 해당 지구대까지 찾아가 “A경장이 2번이나 어깨를 툭툭 쳤다. 처벌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여성들은 이날 오후 이를 번복해 경찰에 ‘사건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일단 B씨 등이 합의서를 제출하자 A경장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일반인에게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한 행위의 적절성 등은 따져야 할 것으로 보고 A경장을 일단 대기발령 조치한 뒤 감찰 조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A경장의 아버지가 지방청 감찰 부서 고위 간부이다 보니 괜한 오해나 비난을 막기 위해 일단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