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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해도 남는 게 없다”…선박 가격 4년 만에 최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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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해도 남는 게 없다”…선박 가격 4년 만에 최저치

입력
2016.07.1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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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선박 가격이 끝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지난달에는 2012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10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주요 선종에서 일제히 큰 폭의 선가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와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1만3,000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선박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매주 선가가 1척당 50만 달러(약 5억7,000만원)씩 하락했다.

VLCC는 연초에 9,350만 달러였으나 5월 말엔 9,000만 달러로 떨어졌으며 불과 한 달 만에 추가로 250만 달러가 더 떨어져 6월 말에는 8,750만 달러가 됐다.

수에즈막스급 유조선도 연초 6,300만 달러였으나 5월 말 6,000만 달러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달 말 기준으로는 5,750만 달러까지 내려갔다.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연초 1억1,600만 달러의 선가가 5월 말 1억1,200만 달러, 지난달 말 1억1,100만 달러까지 가격이 급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클락슨 선가지수(신조선가를 보여주는 지표)도 5월의 129보다 2포인트 하락한 127을 기록했다. 이는 해양플랜트 발주가 쏟아져 선박 발주가 쪼그라들었던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클락슨 지수는 1988년 1월의 선가를 100으로 잡아 특정 시점의 전 세계 선박 가격 평균을 나타낸다. 선가지수가 낮으면 조선사들이 수주해도 낮은 선가로 이익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선 수주하고 싶은 조선소는 많은데 발주는 나오지 않아 ‘수요와 공급’의 간극이 큰 상황이 선가지수에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실제로 6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5월 135만CGT(51척)보다 더 줄어 96만CGT(51척)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주 부진을 겪는 중국 조선업계가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수주 활동에 나서 선가 하락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낮은 선가 지수가 '선박 공급과잉'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가가 이렇게 큰 폭으로 내린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정도”라며 “그만큼 업황이 좋지 않은 현실을 수치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박 발주량 감소 여파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수주잔량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 6월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1억19만CGT로 지난달 1억188만CGT에 비해 감소했다. 주요국의 수주잔량은 중국 3,673만CGT, 한국 2,508만CGT, 일본 2,206만CGT 순이었다. 한국이 확보한 수주 잔량은 1년여를 버틸 수 있는 일감에 불과하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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