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남성 작가가 10대 흑인 여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흑인여성이 새 아이언맨으로 나설 것이라는 소식에 팬들이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백인 남성이 아닌 흑인 여성을 슈퍼히어로에 기용하는, 전향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백인 남성의 편견 어린 시각으로 그려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미국 마블엔터테인먼트는 6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에서 15세 흑인 여성 리리 윌리엄스가 토니 스타크를 이어 아이언 맨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리 윌리엄스를 창조한 이는 마블 코믹스의 간판 작가 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다. 그는 흑인 스파이더맨인 마일스 모랄레스를 선보인 작가이기도 하다.
벤디스는 6일(현지시간)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마블 코믹스의 새로운 캐릭터가 팬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인종차별주의자처럼 말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며 “’이미 마일스가 있는데 왜 리리 윌리암스가 필요하냐?’는 식의 질문은 정말 이상하다”고 말했다.
벤디스는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그와 그의 새 캐릭터 리리 윌리암스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약간 다르다. 미국 매체 인버스에 따르면, 몇몇 팬들은 10대 흑인 여성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이 흑인도, 여성도 아닌 백인 남자라는 점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Black Girl Nerds(흑인 괴짜 소녀)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제이미 브로드낵스는 미국 온라인매체 업워시(Upworthy)와의 인터뷰에서 "흑인들이 흑인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게 중요하다. 흑인 이야기는 꼭 흑인만이 써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트위터 유저(@salesses)는 "만약 백인이 정말 인종차별 반대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백인 캐릭터를 등장시켜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마블의 최초 무슬림 여성 캐릭터인 카말라 칸을 창조한 팀에는 무슬림 여성 2명(에디터 사나 아마낫, 작가 윌로우 윌슨)이 속해있다.
또한 팬들은 벤디스가 스파이더맨에서 인종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면을 삽입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장면에서 마일스 모랄레스는 “나는 흑인 스파이더맨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스파이더맨이 되고 싶다”라는 대사를 읊는다. 해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선 이 장면에 대해 ‘흑인이라는 인종적 배경으로 규정 받지 않는 슈퍼히어로의 등장’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굳이 해당 장면을 넣어 마일스가 흑인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는가’하는 문제제기도 존재했다.
여성 '토르'와 흑인 '스파이더맨', 흑인 여성 '아이언맨' 등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 다양화 전략에 대한 팬들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몇몇 팬들은 만화 세계에 유색인과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반면, 다른 팬들은 마블 코믹스의 크리에이브 팀이 마블코믹스의 캐릭터만큼 다양하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위은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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