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는 30km 날았지만
이번에는 고작 수km 날아가
SLBM은 사드로 요격 어려워
北, 사드 맞선 무력시위에 체면 구겨
북한이 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또 발사했다. 지난 4월 이후 2개월여 만이다. SLBM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로 요격이 어려운 무기다. 전날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발표하자 북한이 보란 듯이 무력시위에 나서면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주도권을 쥐려는 양측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11시30분쯤 함경남도 신포 동남방 해상에서 SL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며 “잠수함에서 미사일 사출은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초기 비행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SLBM이 잠수함에서 발사돼 공중에서 점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10여㎞의 고도에서 공중 폭발한 것으로 추정했다. 비행거리는 불과 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이 4월 23일 동해에서 발사한 SLBM은 30㎞를 날아가 초기 비행에 성공했다. SLBM의 사거리(2,500~3,000㎞)에 비춰 실전배치에 필요한 최소 사거리(300㎞)에는 크게 못 미쳤지만, 지난해 5월 첫 발사 때 비행거리가 고작 150m에 그친 것에 비하면 불과 1년 만에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이에 한미 양국은 북한이 향후 2년 안에 SLBM을 전력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SLBM은 한미 양국이 내년에 배치할 사드로는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한 무기다. 잠수함에 실어 은밀하게 바닷속을 누비다가 기습적으로 발사하기 때문에 어디에서 날아올지 종잡을 수 없는 탓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사드 요격체계를 얼마든지 무력화할 수 있다고 시위를 벌인 것”이라며 “하지만 발사 실패로 빛이 바랬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당분간 무력도발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전날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발표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연히 북한이 앞장서 주변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 SLBM 발사는 북한의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지난 3월 15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른 시일 내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하라”고 지시한 이래, 탄도미사일 전력화 수순을 밟아가며 위협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달 22일 미국령 괌을 겨냥한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면서 한껏 들떠있는 상태다. SLBM은 ‘바닷속 무수단’으로 불리는 무기로,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무수단과 달리 고체연료를 장착해 기술적으로 발전된 미사일로 평가된다. SLBM은 추가 발사하는데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북한이 무력시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달 발사에 성공한 무수단 미사일 카드를 또다시 꺼낼지 주목된다.
합참은 이날 발사 직후 “북한은 무수단 시험발사에 이어 오늘 SLBM 시험발사까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탄도미사일 발사 행위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며 “우리 군은 북한의 이런 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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