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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학부모 폭로에 선수 짓밟았나? …대학농구계 시끌

입력
2016.07.0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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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찬조금으로 받들었는데…

감독이 비리 의혹 덮으려

후배 불러 子폭행 증거 수집”

학부모 주장, 감독 “사실무근”

명예훼손 등 맞고소 다툼

교육당국ㆍ수사기관 나서야

지난달 마지막 주 경기지역 A대학농구부 B감독이 학부모를 강제추행한 혐의(본보 7월1일자 12면)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국가대표와 프로농구팀 감독을 지내는 등 이름만 들으면 다 알만한, 농구계의 거물입니다.

학부모는 고소장에서 “모욕적이고 참담했지만, 아이에게 해갈 될까 봐 모른 걸 참으며 견뎌왔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는 “엄하게 처벌해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습니다.

현재 피의자 신분인 B감독은 변호사를 선임해 자신을 방어하고 있습니다. 목격자가 2명 있었지만, 경찰 조사에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혐의가 충분히 입증된다고 봤으나 검찰 기소와 사법부의 유ㆍ무죄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당사자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사실 B감독에 대해서는 그 동안 보도하지 않은 여러 의혹이 더 있습니다. 또 다른 학부모 C씨와 갈등을 빚으면서 제기된 금품ㆍ향응수수, ‘제자 청부고소’ 논란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C씨는 학부모회 총무 등을 맡을 정도로 감독과는 각별한 사이였다고 합니다. 학부모들이 매월 40만~80만원씩 낸 돈을 관리하며 감독과 가까이 지내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선수단이 전지훈련 등을 가면 식비 등 경비를 보조하고 감독에게는 명절 때마다 금품을 줬다는 게 그의 전언입니다.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이 대학농구부 학부모들도 선수단 뒷바라지를 위해 암암리에 불법 찬조금을 거둬온 것이지요. C씨는 “수시로 감독에게 돈 봉투를 건네고 여자가 있는 술집에서 접대까지 했다”며 “자식들의 장래를 위한 관행으로 알았다”고 가슴을 쳤습니다.

수도권 한 대학 농구부 감독의 선수 면담과정에 대해 선수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나눈 대화 내용.
수도권 한 대학 농구부 감독의 선수 면담과정에 대해 선수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나눈 대화 내용.

그런데 이토록 사이가 좋았다던 B감독과 C씨의 사이가 갑자기 멀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C씨는 “총무 등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관계가 소원해지자 무슨 이유에선지 감독이 아들을 홀대하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실력이 없지 않은 같은데, 나름 팀에서 고참(주장)인데, 곧 프로구단 드래프트에 참여해야 하는데…, 경기와 훈련에서 자꾸 빠지는 아들의 미래가 불안했다”는 겁니다.

감독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던 C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지난 4월18일 대학에 감독의 그간 행태를 토로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15년을 농구만한 아들의 괴로움을 두고 볼 수 없었다”는 게 부모의 심정입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아들이 운동부 폭행의 가해자로 추락한 현실이었습니다.

B감독은 C씨가 학교 관계자를 만난 뒤 선수 10여명과 1대1 면담을 갖고 자술서를 받았다고 합니다. ‘C씨 아들에게 맞은 사실을 알고 있으니 적으라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숙소와 체육관에 나오지 말라”고 그의 아들에게 일방 통보했다고 했습니다.

이런 정황은 C씨 아들과 면담에 참여했던 후배 선수들이 주고받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드러납니다. ‘(형의 지시로) 대가리 박은 횟수가 20번쯤 될 것 같다고 (감독이) 쓰라고 해서 저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하니까 15번 쓰라고 했어요’, ‘(○○선배가 때린 것도 이야기 했는데) 없는 사람은 빼라고 해서 안 썼어요’(후배 D), ‘감독이 먼저 말해서 그걸 옮겨 적었어요’(후배 E)

수도권 한 대학농구부 학부모들이 불법 찬조금을 입금해 관리해왔다는 금융계좌 사본.
수도권 한 대학농구부 학부모들이 불법 찬조금을 입금해 관리해왔다는 금융계좌 사본.

감독의 면담이 이뤄진 뒤 후배 몇 명은 ‘C씨 아들에게 수년간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를 합니다. 일부는 같은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아 첨부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게 C씨가 감독의 비위 의혹을 폭로하고 불과 10여일 사이 이뤄진 일입니다.

C씨 아들은 현재 폭행 및 강요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탭니다.

그런데 후배 선수들의 고소 동기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됐습니다. 이들을 상대로 취재를 하던 도중 “B감독이 고소하라고 ‘○○부모’에게 말했다고 들었다”며 고백하는 선수가 있었던 겁니다.

C씨도 “아들은 단체기합 등을 줄 때 코치에게 보고하기도 했다”며 “감독이 일부 부모들을 들쑤신 것 같다”고 억울해 했습니다.

B감독은 이런 의혹에 대해서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B감독은 C씨를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한 상탭니다. B감독은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C씨가 멋대로 학부모 회비를 써놓고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선수 면담에 대해서도“다른 학부모가 제보해 C씨 아들의 폭행, 가혹행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진행했던 것”이라며 “고소는 학부모들이 나서서 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B감독처럼 C씨 측을 비판하는 학부모들도 있습니다. 한 학부모는 “C씨가 술자리를 만드는 등 돈을 써놓고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C씨 아들에게 맞았다는 한 선수는 “그 선배가 슬리퍼로 때리고 장난감 총을 쏘거나 수지침으로 찌르기도 했다”며 “장난이었겠지만, 정말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C씨 아들은 일부 행위를 시인하면서도 “악의적인 게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자며 다독인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후배 벌주기 등이 경찰 조사에서 확인된 이상, 처벌도 달게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C씨 아들이 벼랑 끝에 몰리기까지의 과정은 학교운동부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특히 ‘스승’인 감독이 진실을 물타기 위해 ‘제자’를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다는 의혹은 제기되는 것 자체만으로 충격적입니다.

교육당국은 지금이라도 이런 모든 논란에 대해 사실규명에 나서야 합니다. 학교운동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근본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B감독의 비위를 제보 받은 대학은 이후 3개월여 동안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담당자는 C씨 측에 전화해 “서로 화해하라”며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더는 대학을 믿고 맡겨두어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경찰도 미온적으로 대응해서는 안됩니다. 불법찬조금 등의 의혹에 대해선 사용처 등을 밝힐 분명한 증거도 있습니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사실인지 시시비비를 가려달라는 게 C씨의 호소이기도 합니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과잉을 탓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도자 개인의 양식과 도덕의 문제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식을 두고는 항상 ‘을’이어야 하는 부모의 처지를 세심히 살피고, 깨끗한 운영시스템을 만들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도 못지 않습니다.

자식을 맡긴 죄인의 심정으로 오늘 하루도 살아가고 있을 수많은 부모들을 위해서라도 운동부 비리, 이제는 뿌리뽑아야 하지 않을까요?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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