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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100초마다 1대씩 이ㆍ착륙 ‘하늘길 교통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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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100초마다 1대씩 이ㆍ착륙 ‘하늘길 교통체증’

입력
2016.07.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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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처럼 항로 혼잡

김포~제주 세계서 가장 붐벼

4년 전 상ㆍ하행선으로 복선화

지연 땐 상공서 수십 분 대기도

관제사들 한시도 마음 못 놓아

조종사와 수시로 교신하며

이ㆍ착륙 정보 끊임없이 제공

활주로 주변 안전까지 통제

“Jejuair 125, wind 070 at 10knot, runway 07, clear to land.”(제주항공 125편, 바람이 70도 방향에서 10노트로 불고 있다. 사용활주로는 07이다. 착륙해도 좋다.)

제주국제공항 관제탑에서 키(마이크)를 잡은 김성관 관제사(45)가 제주항공 125편(가칭) 조종사에게 착륙허가를 내렸다. 곧바로 조종사는 똑같이 반복하면서 교신 내용을 확인했고, 김 관제사도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재확인했다.

제주공항 관제탑- 제주지방항공청 제공/2016-07-06(한국일보)
제주공항 관제탑- 제주지방항공청 제공/2016-07-06(한국일보)
제주공항 관제탑에서 내려다 본 제주 공항. 제주지방항공청 제공./2016-07-06(한국일보)
제주공항 관제탑에서 내려다 본 제주 공항. 제주지방항공청 제공./2016-07-06(한국일보)

착륙허가를 기다리면서 상공에서 20분째 맴돌던 제주항공 125편이 제주공항 주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해 고속탈출유도로를 빠져 나와 택시웨이(Taxi wayㆍ유도로)로 진입하자, 김 관제사가 다시 키를 잡았다. 이번엔 택시웨이에 줄 서서 수십 분째 출발을 기다리고 있던 항공기의 이륙허가를 내리기 위해서다.

제주공항의 일상을 근거로 가상으로 꾸며본 스토리지만 실제로 제주공항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제주공항 관제탑에서는 이ㆍ착륙허가 교신이 1분 40초마다 반복된다. 이는 100초마다 항공기가 1대씩 뜨거나 내린다는 의미다. 지난달 제주공항을 오간 항공기는 하루 평균 495편, 전달에는 이보다 많은 504편에 달했다. 항공교통량이 늘어나는 여름 휴가철에 들어서면서 관제사들의 긴장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이용객들은 항공기들이 시간에 맞춰 이륙하거나 착륙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항공기 1대가 이ㆍ착륙 할 때마다 복잡한 단계와 규정을 지켜야 하고, 기상여건 등 돌발상황까지 겹치면 더 복잡해진다.

관제사는 항공기가 이륙한 후의 운항 고도ㆍ속도ㆍ항로는 물론 활주로에 착륙해 승객들이 내리기 직전까지의 모든 과정을 통제한다. 업무도 관제탑 관제, 접근관제, 지역관제 등 항공기 이동 경로에 따라 3단계로 구분된다.

공항관제탑에서 이뤄지는 관제탑 관제는 항공기에게 이ㆍ착륙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륙, 착륙, 공항내 지상 이동시 육안으로 통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접근관제소는 레이더를 이용해 공항으로 접근하는 항공기의 출발ㆍ도착 관제 업무를 수행하고, 지역관제는 인천에 있는 항공교통센터에서 항공기들이 운항하는 항로를 관리한다.

또 항공기들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하늘에도 일정한 비행구역이 설정되어 있는데, 이를 공역(Airspace)이라고 한다. 공역 중 가장 넓은 비행정보구역내에서의 항공교통관제는 항공교통센터가, 공항 주변 공역은 접근관제소가, 공항에 인접한 공역은 관제탑이 각각 맡는다.

공역에는 또 지상의 도로처럼 항공기가 날아다니는 길인 항로가 복잡하게 설정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항로에도 지상의 고속도로처럼 상행선과 하행선이 있다는 점이다. 보통은 같은 경로이지만 고도를 나눠 상ㆍ하행을 구분한다.

하지만 김포-제주 노선은 아예 경로 자체를 복선화했다. 제주에서 출발하는 항공기는 상행선인 Y722항로를, 김포에서 내려오는 항공기는 하행선인 Y711를 각각 이용한다. 김포-제주 항로가 복선화된 이유는, 이 노선이 세계에서 가장 항공교통량이 많은 노선(2013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기준 탑승객 958만명) 이기 때문이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안전문제 등으로 지난 2012년 6월부터 제주-김포 항로가 복선화됐다. 기존 단선항로인 B576항로는 군용기 등 낮은 고도에서 운항하는 항공기들이 사용 중이다. 제주-김포 노선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 노선들도 여전히 단선 항로이다.

하늘길인 항로에는 지상 도로처럼 교통체증도 발생한다. 도로정체처럼 항로에도 항공기들이 몰리면 관제사들이 속도를 조정해 항공기간 거리를 유지시킨다. 또 지연 등으로 이ㆍ착륙할 항공기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에는 공항 주변 하늘 위에 수십 분씩 맴돌거나, 연료 문제로 출발지로 회항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제주 노선인 경우 하늘길 교통체증이 특히 심한 편이다. 제주 기점 항로에는 1분 40초마다 항공기가 오가기 때문에 1대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도미노처럼 다른 항공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줄줄이 20∼30분쯤 지연 운항하는 일이 이제는 일상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포공항에는 소음문제 등으로 야간항공기 운항을 통제하는 ‘커퓨타임(Curfew Time)’인 밤 11시 이전에 도착해야 하는데 항공기가 지연으로 제주에서 늦게 출발해 이 시간을 넘길 경우 24시간 운항공항인 인천공항으로 기수를 돌려야 한다. 결국 인천공항에 내려 육로를 통해 원래 목적지인 김포로 가게 되면 소요시간이 가까운 해외노선 보다 더 걸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실제 지난해 제주 기점 항공기(정기편 기준)의 결항은 1,086회, 지연은 2만233회 등 지연ㆍ결항 횟수가 총 2만1,317회로 비정상 운항률이 13.8%에 달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6월까지 지연ㆍ결항 횟수는 2만43회(비정상 운항률 24.3%)로, 매일 평균 110여편의 항공기가 제때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지연 기준이 30분(국내선)이기 때문에 10∼20분 지연되는 횟수까지 포함하면 실제 체감하는 비정상 운항률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하늘 위에서 이뤄지는 항공관제와 마찬가지로 공항내 지상에서 이뤄지는 ‘그라운드(Ground) 관제’도 복잡하기는 매한가지다. 이ㆍ착륙하는 항공기의 안전을 위해 활주로 주변에 통행하는 모든 차량과 직원들은 모두 관제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항공기들의 이륙하는 과정을 보면 우선 항공기들이 승객들이 탑승하는 계류장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관제사의 푸쉬백(Push Back, 후진을 못하는 항공기를 특수 견인차가 유도로까지 이동시키는 작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푸쉬백 작업이 이뤄진 후 유도로에 진입하는 항공기 순서대로 이륙 순위가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서로 먼저 출발하기 위한 항공기들간 신경전도 치열하다. 특히 커퓨타임이 임박했을 때 그 경쟁은 최고에 이른다.

그라운드 관제 외에 항공기 1대가 운항하기 위해 지상에서는 다양한 작업이 이뤄진다. 항공기가 멈춰 서고 엔진이 멎으면 다음 비행을 준비하는 작업이 수십분만에 이뤄진다. 항공기에서 승객들이 내리는 사이 실려있던 수하물들을 옮기는 작업이 이뤄지고, 이어 객실과 화장실 등에서 수거된 오물들은 특수차량(Lavatory car)에 의해 처리된다. 또 청소팀이 항공기에 탑승해 기본적인 청소와 정리정돈, 소모품을 교환 작업을 실시하고, 항공기 급유서비스도 이뤄진다. 이처럼 항공기 1대를 띄우기 위해서는 관제사부터 지상조업 요원들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들이 합쳐져야 한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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