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박태환 포함 명단
국제수영연맹에 곧 제출키로
18일 최종 엔트리 등록 마치면
4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출전
국제스포츠 흐름 무시하고 버틴
대한체육회 책임론 불거질 듯
리우올림픽 D-28 코앞인데
마린보이 명예회복 험난한 길
박태환(27)이 천신만고 끝에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다.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8일 박태환에게 리우올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할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다. 앞서 서울동부지법이 지난 1일 박태환이 신청한 국가대표 선발규정 결격 사유 부존재 확인 가처분 신청을 모두 인용하며 “(박태환이) 리우올림픽 수영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는 지위가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고 판단한 것과 같은 결정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를 받아들여 박태환을 포함한 수영 출전 선수 명단을 곧바로 국제수영연맹(FINA)에 보내기로 했다. 오는 18일 최종엔트리 등록까지 마치면 박태환은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에 이어 4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그는 베이징에서는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m에서 은메달을 땄다. 런던에서는 자유형 400m와 200m 모두 은메달이었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국제수영연맹(FINA)로부터 18개월 선수자격 정지를 받았다. 지난 3월 2일 징계에서 풀린 뒤 4월에 열린 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 출전해 네 종목(자유형 100m 200m 400m 1500m) 모두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하지만 ‘도핑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박태환 측은 해당 규정이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하는 이중 징계라며 개정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체육회는 “선수 한 명을 위해 규정을 바꿀 수 없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박태환은 CAS에 중재심판을 신청했고 지난 달 23일에는 서울동부지법에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법원과 CAS의 이번 결정으로 체육회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쪽의 근거는 박태환이 슈퍼스타이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후보라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었다. 체육회 규정이 WADA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금지하는 이중 징계에 해당한다는 것, 즉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잘못됐으니 지금이라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이 규정이 2014년 7월 만들어진 뒤 공교롭게 박태환이 첫 케이스가 되면서 크게 주목 받았지만 언젠가는 바꿔야 할 규정이라는 사실이 이번 판결로 증명이 된 셈이다.
체육회는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국제 스포츠계의 흐름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버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IOC가 2011년 10월 ‘도핑과 관련해 이중 처벌은 안 된다’고 결정한 뒤 각국올림픽위원회(NOC)에 공문을 보냈는데도 외면한 채 로컬 룰을 만든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또한 작년 말까지만 해도 이런 안팎의 지적을 받아들여 대표 선발 규정을 개정하려고 했던 체육회가 지난 4월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돌연 개정 불가로 돌아선 배경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힘겨운 법정 싸움 끝에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지만 박태환 미래도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약물 복용이라는 오명을 벗고 리우에서 명예를 회복하려면 금메달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성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박태환은 자유형 100m와 200mㆍ400mㆍ1500m 네 종목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는데 이 중 메달을 노려볼 만한 종목은 주 종목 400m다. 박태환의 올해 400m 최고 기록은 4월 대표 선발전 때 세운 3분44초26이다. 올 시즌 세계랭킹 6위의 기록이다. 올해 세계랭킹 1위 기록은 맥 호튼(호주)의 3분41초65다. 그 동안 징계 여파로 심리적인 부담을 느껴 훈련에 100% 집중하지 못했고 올림픽까지 한 달도 안 남은 점을 고려하면 남은 기간 기록 단축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박태환이 5~6년 가까이 이 종목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군림해 왔고 또 그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평가도 있다. 박태환의 올 시즌 최고 기록은 징계에서 풀리고 불과 6주 만에 이룬 것이다.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오전 예선 때 실격 파동을 겪었다가 그날 오후 판정이 번복돼 극적으로 결승에 나서 은메달을 수확하는 기적의 레이스를 펼친 적도 있다.
현재 호주에서 훈련 중인 박태환은 14일 귀국했다가 17일 미국 올랜도로 떠나 그곳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한 뒤 리우에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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