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기본소득 강조… 진영 불문한 광폭 행보로 전대 이후 입지 모색
安, 사퇴 후 첫 외부강연서 공정성장론… “강펀치 맞고도 오래 버텨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가 7일 기본소득과 산업구조 개혁을 화두로 꺼냈다. 경제 이슈의 주도권을 잡아 전당대회 이후, 멀리는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입지 다지기에 나선 것이란 평가다. 김 대표는 8ㆍ27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대표 권한을 내려놓아야 하고,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공간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이날 서강대에서 열린 ‘제16차 기본소득지구 네트워크 대회’ 축사를 통해 “제가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우리나라 의회에 ‘기본소득’이란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고 운을 뗀 뒤 “지금 우리나라 실정과 여건에서 기본소득을 얘기하면 ‘저 사람 정신 나가지 않았나’ 하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지만, 미래를 위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모든 경제 주체에게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고 경제성장의 과실이 전 사회구성원에게 공평하게 분배되는 경제구도의 대전환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심각하다. 불평등은 전체 사회를 불안정하게 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며 기본소득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본소득은 재산, 노동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국민에게 일정 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스위스, 핀란드 등에서 추진된 바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1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평등 개선을 위해 유럽과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승민 김세연 등 개혁 성향 새누리당 의원들도 참여한 여야 연구모임 ‘어젠다 2050’에서도 기본소득 논의가 제안됐다. 여권은 난색을 표하면서도 대선의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어 주시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김 대표가 진보 이슈인 기본소득을 연이어 거론하자, 당내에선 진보ㆍ보수를 넘나드는 ‘경제민주화’ 논의를 주도해 전대 이후 대선까지 입지를 확보하려는 포석이란 관측이 나왔다. 김 대표는 권영길 전 민노당 대표와 비공개로 만나 격차 해소와 복지 정책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인천 송도라마다호텔에서 열린 인천경영포럼의 조찬 강연자로 나서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 대한 개혁을 역설했다. 대표 사퇴 이후 8일 만의 첫 대외 행보였다. 그는 먼저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할 키워드로 ‘미래, 축적, 공정’을 제시한 뒤 “계층간 이동과 사다리가 막힌 구조를 깨야 한다”면서 ‘공정성장론’을 거듭 강조했다. 또 “대기업의 문어발 경영과 내부거래 때문에 산업이 크지 못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를 엄중히 들여다 보고 불법 부분에 대해 제대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개혁을 주문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상속ㆍ증여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재벌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안 전 대표는 “실패의 경험이 사회적 자산으로 축적돼야 한다”며 “강한 펀치를 날리느냐 보다 강한 펀치를 맞고도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가 승리의 중요한 요소”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당 리베이트 의혹으로 수세 국면에 몰린 현재 심경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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