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머니와 시각장애 아들
19년 만의 만남이 가장 기뻐”
7년 전 아버지 손에 이끌려 인천 동구의 보육원에 맡겨진 A(15)군. 부모와 연락이 끊겼던 A군이 5월 꿈에 그리던 아버지(45)와 다시 만났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자주 다투다 자신을 보육원에 맡겼다는 사연을 인천 부평경찰서 여청청소년계 박한철(39) 경위에게 털어놓은 지 얼마 후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별거하면서 경기 파주 할아버지 집에 맡겨졌다가 다시 보육원에 가게 된 B(24ㆍ여)씨와 남동생(22)은 2006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족과는 연락이 모두 끊겼다. 보육원을 나와 결혼해 1남 1녀의 어머니가 된 B씨는 여전히 아버지에 대한 원망보다는 그리움이 더 컸다. 결국 아버지를 찾기 위해 경찰서 문을 두드린 B씨는 박 경위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46)와 다시 만났다.
박 경위가 실종 업무를 맡은 것은 2년 전이다. 2014년 7월 형사과 실종팀에서 처음 실종 수사를 하게 된 그는 지난해 2월 실종 업무가 형사과에서 여청과로 이관되자 같이 자리를 옮겼다. “경찰 업무는 단속, 검거 등으로 딱딱하지만 여청과 업무는 민원인을 지원하고 도움을 주는 일이 많아 관심이 갔다”며 “당신이 경찰관이지 사회복지사냐며 삐딱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민을 돕는 일이라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부평서에 접수되는 실종신고는 한 해 800건이 넘는다. 박 경위는 그만큼 많은 실종사건을 처리했으나 19년 만에 아들(71)과 만난 치매 할머니 C(92)씨 사건을 유독 잊을 수 없다. 지난해 치매 노인시설에서 만난 C씨가 연고가 없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박 경위는 얼마 남지 않은 C씨의 지문을 채취하는 데 성공 신원을 알아내고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도왔다. 1996년 집을 나갔다 길을 잃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해 제사까지 지냈다는 아들은 그동안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됐다.
“지문 말고는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어머니는 치매, 아들은 시각장애인이라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까 걱정했다”며 “하지만 찾고 보니 두 분이 너무나 닮아 누가 봐도 모자 사이였다”며 웃었다.
박 경위는 전체 실종 사건의 5~10%에 이르는 장기 실종 사건을 줄이기 위해 실종자의 취미, 직업, 성향 등을 상세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실종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도 당부했다.
그는 “성인 가출인과 달리 실종된 치매 노인이나 아동은 폐쇄회로(CC)TV 추적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CCTV나 블랙박스 영상을 제공해달라고 하면 금품을 요구하거나 영장을 요구하며 거부하는 분들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실종자 가족이나 지인의 경우 ‘당장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성급함을 버리고, 실종자 본인이 원치 않을 경우 찾을 수 없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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