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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스드 브레드 Sliced Bread

입력
2016.07.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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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7월 7일

식빵처럼 잘라놓은 빵(sliced bread)이 1928년 오늘 처음 시판됐다.
식빵처럼 잘라놓은 빵(sliced bread)이 1928년 오늘 처음 시판됐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인들이 일상 생활의 편의를 돕는 번득이는 아이디어 상품을 보면 버릇처럼 쓰는 말이 있다고 한다. 바로 “이건 잘라놓은 빵 이래 최고로 대단한 물건(It’s the greatest thing since sliced bread)”이라는 표현이다.

미국 미주리주 칠러코시(Chillicothe)의 ‘칠러코시 베이킹 컴퍼니’라는 회사가 1928년7월 7일 ‘클린 메이드( Kleen Maid) 슬라이스드 브레드’라는 상품을 출시했다. 덩어리 빵을 뜯어 먹거나 잘라먹어야 했던 소비자들은 신상품에 열광했고, 수고와 시간을 덜게 된 주부들의 반응이 특히 뜨거웠다. 규격화한, 잘라놓은 빵이 등장하면서 잼 치즈 등 스프레드 상품들이 잇달아 출시됐고, 샌드위치가 눈에 띄게 진화했다. 별로 어렵지 않게 흉내 낼 수 있는 그 혁신은 미국 전역으로 급속히 전파됐다.

문제는 저장성이었다. 빵의 속살이 드러나면서 최대한 오래 말랑말랑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게 관건이 됐다. 잘라놓은 빵을 자동으로 포장하는 기술, 먹다 남은 빵을 다시 밀봉하는 기술 등이 연쇄적으로 등장했고, 경쟁적으로 발전했다.

1943년 1월 미국 식품국은 잘라놓은 빵 시판을 금한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전시 물자절약 등을 위한 조치였다.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한 주부는 “남편과 네 아이들의 아침과 점심으로 빵을 구워 먹이려면 샌드위치 하나씩만 주려고 해도 20개를 잘라야 한다. 내 것까지 22개…”라는 내용의 편지를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편지 뒤에 달린 ‘젠장’같은 푸념은 아마 편집자가 지웠을 것이다.

당국의 금지는 불과 두 달 뒤 철회됐다. 우선 물자절약 효과가 별로 없었고, 빵을 기름종이로 쌌더니 (전선의 군인들에게 지급하는) 약 넉 달 가량 촉촉히 보존되더라는 게 군수위원회의 설명이었다.

빵을 자르는 기계는 아이오와주 데번포트의 오토 프레드릭 로흐웨더(Otto Frederick Rohwedder)라는 이가 1912년 처음 시제품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기계는 화재로 소실됐고, 다시 만든 게 28년이었다. 칠리코시 베이킹 컴퍼니는 그의 기계를 구입해 처음 실용화한 회사였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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