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중은행 CD금리 담합에 사실상 무혐의
“정황은 있지만 사실관계 확인은 곤란” 판단
전문가 “사안에 비해 너무 시간낭비… 불신 자초”
2012년 이후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였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중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는 결국 ‘헛소동’으로 막을 내렸다. 피해금액 수조원, 과징금 수천억원 얘기까지 나오던 대형사건에서 공정위가 내린 결론은 “조사를 계속 했지만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했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공정위가 부실한 증거만으로 4년이란 시간을 끌며 불신을 자초하고 은행의 목줄을 조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6일 공정위는 국민 농협 신한 우리 하나 SC 등 6개 시중은행의 CD 발행금리 담합 사건과 관련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심의절차 종료는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을 경우 내리는 결정인데, 사실상 무혐의 처분이다.
담당 상임위원인 김석호 상임위원은 “담합 혐의가 인정되려면 참여자 사이에 (가격 결정을) 합의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합의라고 볼 만한 것들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들 사이에 CD금리 관련 대화가 일부 있었던 것은 확인되나 발행금리에 대해 합의했다고 추정할 만한 것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공정위는 2012년 7월 17일 사건 조사에 착수해 2014년 8월까지 2년여간 수 차례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지난해 5월까지는 자료를 제출 받는 등 서면조사를 실시했고, 올해 2월 사무처가 ‘혐의 있음’ 결론으로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했다. 사실상 무혐의 결론이 나오기까지 무려 4년이 걸린 것이다. 그 사이 세 명(김동수 노대래 정재찬)의 공정거래위원장이 사건을 들여다 봤다.
이렇게 허무한 결론을 내느라 4년을 끈 공정위에 대한 비판은 거세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사안에 비해 너무 시간을 끌면서 은행의 로비설, 공정위의 능력 부족 등 각종 의혹을 자초했다”며 “이미 마무리가 됐을 텐데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은 자신감 부족이나 시장에 대한 리더십 부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에 대한 집단소송을 준비해 온 금융소비자원은 논평을 통해 “은행에 장기간의 소명절차를 제공해, 그들의 논리를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최근 담합이 자료를 남기는 경우가 없어 발견하기 쉽지 않다”며 “수많은 자료를 찾아 조사해야 하는 면이 있어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간 지연과 조사 실패와 관련해 은행과 시장이 입은 유ㆍ무형의 손해나 혼란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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