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혼란에 빠진 영국을 수습할 차기 총리 경선(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EU 잔류파와 탈퇴파가 다시 맞붙었다. 1차 투표에서는 ‘점진적인 EU 탈퇴’를 주장하는 잔류파 인사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이 압승을 거뒀지만,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의 지지를 등에 업은 탈퇴파 안드레아 레드섬 에너지 차관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5일(현지시간) 보수당 하원의원 330명 중 329명이 참여한 1차 투표 결과, 메이 장관이 165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레드섬 차관이 2위(66표)를 기록했다. 반면, 존슨 전 시장을 도와 EU 탈퇴 운동을 펼치다 존슨을 배신하고 독자 출마한 마이클 고브(48) 법무 장관은 48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어 잔류파 스티븐 크랩(43) 고용연금 장관은 34표를 얻었으나, 1차 투표 결과 발표 직후 경선을 포기하고 메이 장관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탈퇴파 리엄 폭스 전 국방 장관은 16표로 꼴찌를 기록해 경선 규칙에 따라 탈락했다.
이에 따라 7일 진행되는 2차 투표에서는 잔류파 메이, 탈퇴파 레드섬, 고브 등 3명이 최종 결선 투표에 진출할 두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됐다.
1차 투표 결과를 보면, 메이 장관이 이미 독자적으로 과반을 확보한 데다 ‘메이 지지’를 선언한 크랩의 표까지 합쳐져 무난히 결선 투표에 진출할 것이 확실시된다. 레드섬 차관도 탈퇴파 의원들의 지지를 결집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들 모두 금융권 출신의 여성이어서 12년간 영국을 통치한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총리 이후 26년 만에 여성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메이와 크랩을 합친 잔류파가 199표(66.6%)를 확보해 레드섬과 고브, 폭스를 합친 탈퇴파(130표)를 앞서 외견상으로는 메이 장관이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하지만 9월 8일 결선 투표는 15만 보수당원들의 우편투표로 진행된다는 점이 변수다. 의원 중에는 잔류파가 다수지만, 당원 사이에서는 탈퇴를 지지한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