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뺑소니 고교동창 국장 승진
간부회의서 “선거준비 해야…”
직원들 “준법시장 원칙 무너져”
市 간부 “업무능력 뛰어나 승진”
주철현 전남 여수시장이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간부회의 석상에서 선거대비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인사가 재선을 염두에 둔 선거용 인사였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선거대비용 승진자로 지목된 성모(57) 국장은 주 시장의 고교 동창생으로 음주뺑소니 중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았지만 요직 과장으로 발탁한 데 이어 국장까지 승진해 “준법시장의 원칙이 무너졌다”며 시청 내 공직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6일 여수시에 따르면 주 시장은 지난 1일 4·5급 승진·전보 인사발표 직전 열린 간부회의에서 이번 인사와 관련해 ‘선거 준비를 해야 되지 않겠냐’는 등의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주 시장의 발언은 전 직원이 보는 간부회의 영상이 꺼진 직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발언은 시청 내부에 급속도로 확산됐고, 2년 뒤 치러지는 지방선거 포석을 두고 특정인 인사를 단행했다는 인상을 줬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직원은 “주 시장이 간부들 앞에서 ‘어차피 내가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하니까… 58, 59년생들은 미안하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승진시킬 수 없고 여수 출신으로 60년생을 승진시키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시청 내부에 파다하게 퍼져 술렁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주 시장의 부적절한 발언이 있던 이날 간부회의에 참석한 한 고위 간부는 ‘이번 승진 인사와 관련한 주 시장의 선거 운운 발언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실토해 사실상 직원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 간부는 “당시 주 시장의 발언은 현재 국장 10명 중 6명이 59년생으로 이들이 2년 뒤 한꺼번에 그만두면 행정 공백이 생겨 60년생이 승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된 성 국장은 2014년 11월 혈중알코올농도 0.14%의 만취상태에서 운전하다 주유소 시설물과 가로수를 들이받은 데 이어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까지 들이받고 도주하다 경찰에 붙잡힌 전력이 있다.
당시 음주뺑소니로 징계까지 받았지만 주 시장의 핵심공약사업인 명문 사립외고 설립을 주도한 주무과장으로 발탁되고 지난 1월에는 총무과장으로 영전된 데 이어 6개월 만에 사회복지국장으로 승진했다. 음주교통사고를 낸 직원들의 대다수는 외곽으로 좌천되거나 하향 전보 조치됐으나 유일하게 영전하는 파격 인사에 특혜시비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번 승진 인사를 두고 내부 공무원 집단에서는 성 국장이 주 시장과 같은 고교동창 출신의 막역한 사이여서 요직 기용과 승진의 특혜를 받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수시청 한 직원은 “주 시장의 ‘일방통행식’ 독선행정과 과도한 ‘측근챙기기’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준법시장을 천명한 주 시장의 원칙행정은 무너지고 공감대를 얻지 못한 불공정 인사행정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며 내부의 심각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인사 관련 고위 간부는 “성 국장은 업무 능력이 뛰어나 승진 기용됐다”며 관련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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