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메일 있지만 범법 의도 아냐”
FBI, 법무부에 ‘불기소’ 권고
오바마와 첫 합동유세 기세까지
공화당은 불기소 처분 강력 반발
트럼프 “사법시스템 조작” 맹공
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5일 지난해 여름 대선에 뛰어든 이후 가장 활발하고 공격적인 유세에 나섰다. 중도하차 위기까지 우려됐던 ‘이메일 스캔들’에서 이날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데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첫 합동유세도 이뤄졌기 때문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오전 이메일 스캔들 사건 수사를 종료하면서 법무부에 불기소를 권고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클린턴 전 장관이 개인 이메일 서버로 주고 받은 이메일 가운데 총 110건이 당시에도 비밀로 분류됐지만, 범법 의도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메일 스캔들은 클린턴 전 장관이 2009년부터 4년간 국무장관 재직할 당시 관용 계정 대신 개인 계정을 사용한 것과 관련된 논란으로 지난해 3월 뉴욕타임스가 최초 폭로한 이후 클린턴 전 장관 대선 행보의 최대 위험요소로 작용해왔다. 법무부는 FBI 권고를 토대로 조만간 불기소 방침을 최종 확정하고, ‘이메일 스캔들’ 수사를 클린턴 전 장관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추대되는 민주당 전당대회(7월25~28일) 이전 공식 종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FBI의 불기소 권고로 탄력을 받은 클린턴 진영은 이날 이번 대선의 최대 경합지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이 동시에 나선 유세(http://hrc.ms/tx/37fvmf)를 진행했다. 이날 오후 대통령 전용기를 함께 타고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은 상대방에 대한 찬사를 주고 받았다. 회색 줄무니 넥타이에 연한 하늘색 계통 와이셔츠 차림으로 소매를 걷고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을 믿기에 오늘 이곳에 왔다.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도와달라”고 말했다. 또 “남성이든 여성이든 역사상 클린턴만큼 대통령 자격을 갖춘 사람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서도 “(트럼프의) 엄포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지는 못한다. 상대(트럼프)는 유권자들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클린턴 전 장관도 “미국 경제를 2차 대공황 위험에서 살려냈을 뿐만 아니라 75개월 연속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하고 2,000만명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한 인물이 오바마 대통령”이라고 극찬한 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그 토대 위에서 정책을 펼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공화당과 트럼프는 FBI 결정에 대해 미국 사법시스템을 조작한 대표적 사례라며 크게 반발했다. 트럼프는 수사결과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사법)시스템이 조작됐다. 퍼트레이어스는 훨씬 덜 한 일로도 문제가 됐다”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는 내연 관계 여성에게 국가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중앙정보국(CIA) 국장에서 중도 하차한 인물이다.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도 CNN 방송 인터뷰에서 코미 국장의 발표로만 보면 충분히 기소감이라고 주장했다.
미 언론들도 불기소 권고에도 불구, 코미 FBI 국장이 ‘클린턴 전 장관이 매우 부주의하게 일처리를 했다’고 힐난한 만큼 향후에도 계속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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