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ㆍ연세대)가 마지막 비상(飛上)을 향해 발끝을 모으고 있다. 개막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통해서다. 하지만 설렘이나 긴장감은 없다. 오히려 백전노장 같은 노련미를 뽐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리듬체조를 시작한지 어느덧 18년째다. 더구나 두 번째 올림픽 출전 경험이 요정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러시아에서 전지 훈련 중인 손연재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손연재는 서면 인터뷰에서 “인터넷에 속속 올라오는 올림픽 관련 기사들을 보니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실감한다”며 “2012년 런던올림픽을 한 번 준비해 봐서 그런지 설레거나 긴장감 없이 평상시 루틴으로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섯 살 때 집 근처인 서울 광진구 세종대 어린이 리듬체조 교실을 다녀온 뒤 손연재의 놀이터는 언제나 매트 위였다. 리듬체조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부모님의 권유로 다이어트 삼아 취미로 시작했지만 기술 습득 능력이 남달랐다. 새로운 것을 몸에 익힐 때 마다 큰 성취감을 맛봤고 ‘리듬체조로 성공하겠다’는 꿈과 승부근성이 생겼다.
런던에서 5위…리우에선 동메달 경쟁
4년 전 런던대회에서 개인종합 5위에 오른 손연재의 목표는 한국리듬체조에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안기는 것이다. 손연재는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3ㆍ벨라루스), 안나 리자트디노바(23ㆍ우크라이나)와 동메달을 놓고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금, 은메달은 자타 공인 세계 최강 러시아의 야나 쿠드랍체바(19)와 마르가리타 마문(21)이 다툴 확률이 높다. 손연재는 “국민들의 성원으로 국가대표 선수로 생활을 할 수 있었다”며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 있는 만큼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때문에 모든 컨디션을 올림픽에 맞춰 온지 오래다. 지난 1~3일 열린 리듬체조 베를린 월드컵에 불참한 이유도 컨디션 조절과 체력 안배를 위해서다. 대신 8~10일까지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출전한 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되는 월드컵(22~24일)을 마지막으로 모든 점검을 마친다. 이후 이달 말 리우데자네이루 인근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8월15일 선수촌에 입촌할 계획이다. 리듬체조는 8월19일 시작해 21일 최종 메달 색깔이 가려진다.
손연재는 올림픽을 마친 뒤 가장 하고 싶은 일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올림픽에서의 좋은 결과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경기에 필요한 부분만 생각하고 있다. 그 이외의 것은 내 머리 속에 없다”고 말했다.
체력보강과‘포에테 피봇’으로 승부수
올림픽 메달을 위해 손연재는 승부수를 던졌다. 네 종목(볼ㆍ호프ㆍ곤봉ㆍ리본) 프로그램에 경쾌한 댄스 스텝과 풍부한 표정 연기를 추가해 작품 구성을 꽉 채웠다. 또 가산 점을 받을 수 있는 포에테 피봇(한 쪽 다리를 들고 제자리에서 도는 동작)을 종목마다 넣었다. 어느 때보다 연기를 소화하는 데 체력 소모가 큰 만큼 웨이트 트레이닝과 기초 체력 훈련에도 집중했다. 비지땀 훈련은 손연재를 배신하지 않았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더 높은 점수로 보상을 받았다. 실제 올해 첫 국제 대회였던 지난 2월 모스크바 그랑프리에서 개인종합 72.964점을 받았지만 6월 초 열린 과달라하라 월드컵에서는 올 시즌 최고인 74.650점을 찍었다. 종목별 점수 역시 목표했던 18.500점대를 넘어 18.800점대까지 치솟았다
손연재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보다 그 동안 해왔던 대로 훈련을 하고 있다”며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체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체력이 있어야 표정과 동작에 여유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연기 점수가 상승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겨울 내내 체력과 기술 훈련에 매진했던 것이 좋은 결실로 돌아온 것 같아 뿌듯하다”며 “지금 페이스를 유지해 더 높은 점수를 목표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손연재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팬들과 소통한다. 국제 대회에서 활약한 모습 또는 수상 사진을 올릴 때 ‘로드 투 리우(Road to Rio)’ 문구를 해시태그(# 뒤에 특정 단어를 붙여 게시물의 분류와 검색을 용이하도록 만든 메타데이터)로 단다. 이에 대해 손연재는 “문구 그대로 리우 올림픽을 향해 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성환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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