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인수ㆍ합병 불허’ 사례 총 8회…기간산업 제동은 처음
1999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95% 독과점에도 조건부 승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인수ㆍ합병) 불허는 이번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포함해 불과 8번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이례적 조치다. 과거 사례를 보면, 공정위는 합병 후 1위 회사 시장점유율이 90%가 넘거나 경쟁자가 사실상 사라지는 매우 극단적 독과점 구조, 또는 차순위 회사와 격차가 너무 커서 사실상 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될 때 기업결합 불허 결정을 내렸다. 또한 기업결합 불허 결정이 나온 업종은 비교적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번처럼 기간산업에서 불허 결정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2002년 12월 공정위는 소주업체 무학의 대선주조 지분 취득을 불허했다. 기업결합 시 경남지역 소주 시장점유율의 97.2%를 차지해 사실상의 독점 체제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2004년 9월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주식 취득을 승인하지 않은 것도 같은 논리였고, 2009년 호텔롯데의 부산파라다이스 면세점 인수가 불허된 것도 너무 높아지는 시장점유율(97.4%) 때문이었다.
2006년 고무용 카본블랙 업체인 동양제철화학의 CCK 인수가 승인받지 못한 이유는 사업자의 수가 줄어 경쟁자가 사실상 사라진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두 회사 점유율 합계는 64.2%로 다른 불허 사례에 비해 높지 않았으나, 기업결합 시 업계에 사업자가 2곳밖에 남기 않게 돼 경쟁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가장 최근의 불허 사례는 2014년 3월 안경렌즈 1위 업체 에실로의 대명광학(업계 2위) 주식 취득이었다. 이 기업결합이 성사됐더라면 합병회사의 시장점유율은 66.3%가 되어 2위 회사(11.1%)와 55.2%포인트의 격차가 나는 상황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1ㆍ2위 격차가 너무 커 가격경쟁이 사라지게 된다”며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았다.
반면 1999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는 양사 합계 점유율이 63%였고 특히 트럭시장 합계 점유율이 94.6%로 독과점 문제가 지적됐으나, 조건부 결합이 승인됐다. 당시 대우차(승용차 점유율 36.8%)가 상당한 점유율을 유지했고, 수출ㆍ수입을 통해 독과점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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