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참치잡이 원양어선 ‘광현803호’에서 발생한 베트남 선원들의 한국인 선장 등 살해 사건은 언어 장벽에서 생긴 오해와 “집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말한 게 직접적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해양경비안전서 수사 결과, 회식에서 술에 취한 베트남 선원들이 건배를 뜻하는 베트남어를 했는데 선장 등이 욕설로 오해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선장이 평소의 근무태도를 지적하며 “그럴 거면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말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국적이 다른 선원들의 언어와 문화 차이에 따른 갈등이 참극을 부른 셈이다.
현재 한국 국적의 원양어선은 220척으로 한국인 선원 1,492명, 외국인 선원 3,374명이 일하고 있다. 장기간 한국인과 외국인 선원이 함께 지내다 보면 문화 갈등과 의사소통 문제가 자주 일어난다. 안전사고 위험이 큰 작업환경 때문에 욕설과 폭언이 오가는 경우도 많다. 결국 양쪽의 갈등이 누적돼 폭력ㆍ살인 사건 을 부르고 있다.
소수의 한국인 선원은 외국인 선원을 통제하려고 해도 언어ㆍ문화 차이로 소통에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반면 원양어선의 외국인 선원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전적으로 선장의 재량에 맡겨둘 뿐 외국인 선원을 따로 관리하는 기관이나 제도는 미비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한국 선원과 외국인 선원의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소통을 강화할 사전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외국인 선원의 임금 차별도 범죄를 부르는 요인이다. 해양수산부가 정한 올해 한국 선원 최저임금은 164만원이지만 외국인 선원은 100만원 안팎이다. 범행을 저지른 베트남 선원들은 약 60만원의 월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한국인 선원은 어획량에 따라 성과급이 지급되지만 외국인 선원은 해당되지 않는다.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선장의 엄포에 베트남 선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강제하선 시 송출업체에 맡긴 300만원의 담보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난 3년6개월 간 외국인 선원에 의한 선상 범죄는 67건에 달한다. 1996년에는 원양어선 ‘페스카마15’호에서 열악한 작업조건과 강제 하선에 반발한 중국동포 선원들이 한국인 선원 7명 등 모두 11명을 살해한 충격적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정부는 외국인 선원 복지 수준과 교육 강화, 성과급 지급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실제로는 바뀌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언제든 제2, 제3의 광현호 사건이 일어날 수 있음을 당국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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