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PD라면 알만 보고도 부화시기쯤은 맞혀야죠.”
국내 유일의 동물전문 프로그램 SBS ‘동물농장’의 15년 장수 비결을 묻자 김재원 PD는 전문성을 들었다. 그는 “한 눈에 시츄인지 슈나우저인지 강아지 종류를 알아보는 건 기본”이라고도 했다. 새는 어디서 촬영해야 하는지 동물원의 동물들은 언제 컨디션이 가장 좋은지 ‘동물 박사’ 수준의 노하우가 있어야 ‘동물농장’ PD라고 김 PD는 덧붙여 설명했다.
변수가 많은 동물 촬영의 고생스러움 탓에 ‘동물농장’은 PD들 사이에선 기피 프로그램으로 통한다. 하지만 한 번 발을 들인 PD들은 “동물들이 눈에 밝혀” 좀처럼 다른 프로그램을 하지 못 한단다. 김 PD가 4년, 천경석 PD가 무려 7년 동안 ‘동물농장’을 떠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2001년 1회 때부터 함께 해 온 MC 신동엽과 정선희을 비롯해 2회부터 출연한 김생민도 벌써 15년째 농장 식구들이다. 신동엽은 다른 방송에 나가 “‘동물농장’ 아저씨야”라며 자신을 소개할 정도로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에 대해 천 PD는 “첫 번째이자 가장 날카로운 시청자들”이라며 “동물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MC들이 영상 하나하나에 코멘트를 많이 해 준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동물농장’의 목소리를 맡아온 성우 안지환도 빼놓을 수 없다. 열 다섯 살 된 강아지를 키우는 안지환은 최근 ‘강아지 공장’ 편 녹음 도중 눈물을 펑펑 쏟을 정도로 동물사랑이 지극하다.
PD들은 자나깨나 유기견(묘) 걱정이다. 유기견이 나타났다는 제보를 받고 황급히 현장으로 달려갔다가 보이지 않는 강아지들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게 PD들의 일상이다. 천 PD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는 7~8월 이때가 가장 고비”라며 “열흘씩 찾아 헤매다 구조에 실패하면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PD들 중 정작 애견인은 없다. “동물들 촬영하느라 집 비우는 일이 다반사”라서다. 유기견을 만날 때마다 입양해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구조한 유기견을 입양 보내기 전 며칠 간 PD들이 집에서 직접 데리고 있을 때 든 정이 특히 무섭다. 김 PD는 “동물을 키우기 위해선 얼마나 큰 사랑과 신경이 필요한 지 알기 때문에 섣불리 못 키운다”며 아쉬워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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