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실시된 호주 총선 결과 5일 오후까지 집권 자유-국민 연립당과 제1야당인 노동당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해 ‘헝 의회(Hung Parliament)’ 출범이 확실시되고 있다. 정권을 주도할 다수당이 존재하지 않아 줄에 매달린 것처럼 불안한 의회를 뜻하는 헝 의회에서는 군소정당이 난립하면서 정부의 정책 추진력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호주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현지시간) 기준으로 맬컴 턴불 호주 총리가 속한 보수 성향의 자유-국민 연립당은 총 150석(하원) 가운데 67석, 빌 쇼튼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은 69석을 각각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각종 군소정당이 5석을 차지하고 나머지 9석은 부재자 투표가 모두 집계되는 5일 밤늦게 당선자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76석의 상원에서도 집권당 연합이 26석, 노동당이 25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돼 어느 한쪽도 승리를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상ㆍ하원을 모두 해산하면서 조기총선을 감행했던 턴불 총리는 이에 따라 사임 압박 등 정치적 위기에 처하게 됐다. 호주 언론들은 지난해 9월 강경 보수 성향의 당시 토니 애벗 총리를 밀어내고 전격적인 당내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턴불 총리가 지도력 발휘해 실패해 결국 의회 해산 이전(하원 90석)보다 의석을 더 잃게 되는 거대한 역풍을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 턴불 총리는 총선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5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총선 결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라고 말했다.
총선 결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로 경제적 파장도 예상되고 있다. 호주 경제지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는 “헝 의회가 탄생해 정부가 연금 혜택을 축소하고 예산지출 삭감 계획이 차질을 받게 되면 수 주 내에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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