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보 운영 매뉴얼조차 없어
담당자 업무상과실치사 입건
경찰, 해당 부서까지 수사 확대
전북 남원시의 예고 없는 하천수 방류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70대 여성이 숨진 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행정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남원시는 안전 매뉴얼 조차 없이 가동보(하천 수위를 조절하는 구조물)를 운영해왔다.
5일 남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남원시는 지난 1일 장마에 대비해 수심을 조절하려고 사고 지점에서 상류로 100여ｍ 떨어진 남원시 노암동 요천의 가동보를 개방했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가동보 하류에서 다슬기를 잡던 유모(78·여)씨 등 3명이 급류에 휩쓸렸고 유씨는 중태에 빠져 이튿날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가동보 담당자는 물을 방류하기 전에 경고방송이나 경고 순찰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동보 담당자 양모(58)씨는 경찰 조사에서 “비가 내리기 직전에 보를 열었다. 평소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사람이 있는지 살피는 데 이날은 순찰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양씨의 부주의뿐만 아니라 가동보 운영에 대한 남원시의 안전불감증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고가 난 하천은 평소 다슬기를 잡으려는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가동보 운영 안전 매뉴얼 조차 갖추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조사할수록 안일한 행정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며 “가동보와 관련된 책임자와 해당 부서까지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사고 당시 가동보 관리를 맡았던 직원 양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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