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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거장 키아로스타미 감독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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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거장 키아로스타미 감독 별세

입력
2016.07.0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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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서울환경영화제 참가를 위해 방한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5년 서울환경영화제 참가를 위해 방한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체리향기’로 1997년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란 영화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76세.

AP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언론은 이란 반관영 이스나(ISNA) 통신을 인용해 “암 치료를 위해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던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지난 3월 위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 왔다. 지난주 파리에서 받은 수술을 포함해 몇 차례 큰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40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난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테헤란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이너와 광고 감독으로 일하다 1969년 어린이ㆍ청소년 지능 개발 연구소의 영화 파트에 합류하면서 영화 감독의 길에 들어섰다. 2년 뒤 첫 번째 단편영화 ‘빵과 골목길’을 발표했고, 1973년 첫 번째 장편영화 ‘여행객’을 연출했다.

1979년 이란 혁명 후에도 고국에 남아 영화 작업을 계속해 온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40여 년간 다큐멘터리와 단편ㆍ옴니버스 포함 40여 편의 영화를 제작해 이란 영화를 세계에 알려왔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은 “영화는 D.W. 그리피스 감독에게서 시작돼 키아로스타미 감독에게서 끝난다”며 고인의 영화 세계를 높이 평가했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에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긴 ‘체리향기’(1997)는 자신이 자살한 후에 시신을 묻어줄 사람을 찾아 다니는 어느 이란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훗날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자신의 연출작 중 완성된 뒤에 한번도 보지 않은 유일한 영화로 꼽으면서 그 이유로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로 자신을 되돌려놓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체리향기’는 자살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이란 내 상영이 금지되기도 했는데,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사실은 삶의 의지에 대해 말하는 영화”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영화 '체리향기'로 1997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영화 '체리향기'로 1997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국내에 가장 친숙한 작품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9)다. 한 소년이 학교에서 실수로 가져온 친구의 공책을 돌려주기 위해 친구의 집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이 영화는 1989년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청동표범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1991), ‘올리브 나무 사이로’(1994)와 함께 ‘이란 북부 3부작’ 또는 ‘지그재그 3부작’으로 불리고 있다.

1999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는 어느 외딴 시골 마을에 사는 최고령 할머니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장례를 취재하러 온 한 기자가 삶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 밖에도 ‘텐’(2002), 옴니버스 영화 ‘티켓’(2005)과 ‘그들 각자의 영화관’(2007), 줄리엣 비노쉬가 출연한 ‘사랑을 카피하다’(2010) 등이 유작으로 남았다. 가장 최근작은 일본에서 촬영한 ‘사랑에 빠진 것처럼’(2012)이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을 만나러 파리로 출국할 예정이었던 이란의 유명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슬프고 충격적이다. 그는 단순한 영화감독이 아니었다. 영화와 개인적인 삶에서 모두 현대적 신비주의자 (modern mystics)였다”고 말했다. 파라디 감독은 “그는 다른 이들을 위해 길을 닦았고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며 “세계 영화계가 위대한 사람을 잃은 게 아니라 전 세계가 진실로 위대한 인물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이란 국민들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함께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들고 있는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하며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유족으로는 멀티미디어 분야와 다큐멘터리 영화에 종사하는 두 아들이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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