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치권에서 유럽연합(EU) 탈퇴 후 영국에 거주 중인 EU 시민들의 지위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다수의 영국 하원의원들이 정부가 브렉시트 후 EU 시민의 권리 보장을 선언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고 있지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펴고 있다.
차기 총리 유력 후보인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영국 거주 EU 시민과 EU 거주 영국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싶지만 이는 브렉시트 협상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논쟁에 불을 지폈다. 필립 해먼드 외교장관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에 있는 영국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EU 시민들의 권리를 먼저 보장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고 말해 EU시민 지위가 협상대상이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의회에서는 특히 탈퇴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태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4일 앤 메인 공화당 의원은 “공식 탈퇴운동의 누구도 영국 거주민을 강제로 추방하는 데 동의한 바 없다”며 “합법적으로 정착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의 지위가 협상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끔찍한 오류”라고 말했다. 역시 탈퇴파였던 지젤라 스튜어트 노동당 의원은 의회연설에서 “기존에 보장됐던 시민들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정부질의에 답한 제임스 브로큰셔 이민장관은 “EU 시민들의 권리에 당장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영국 내 거주하는 EU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말고는 차기 총리가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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