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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과 거래 많은 기업, 분식회계 가능성 높다?

입력
2016.07.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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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금융안정연구’ 논문

“기업 내부 정보에 취약성 편승

장부상 이익 등 과장 보고 소지”

외국계 “담보 없이는 대출 꺼리는 국내 은행보다 낫다”

시중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시중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외국계 은행과 거래가 많은 기업일수록 분식회계를 할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업들이 공식 회계자료에 많이 의존하는 외국계 은행의 대출을 받기 위해 재무 성과를 과장했다는 것이다.

4일 예금보험공사의 ‘금융안정연구’에 실린 ‘외국은행 대출관계와 기업의 이익조정’ 논문에 따르면, 특정 기업이 거래하는 외국계 은행(외은지점 포함)이 1곳 늘어날 때마다 재량발생액(당기순이익과 현금흐름의 차이ㆍ분식 의심 규모)이 3.6%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분식 의심 규모가 1억원이었다고 할 때 외국계 은행 1곳과 거래를 새로 트는 기업은 분식 의심 규모가 통계적으로 1억360만원까지 늘어났다는 의미다.

특히 외국 자본이 국내은행을 인수합병(M&A)한 외국계 시중은행(구 외환ㆍ씨티ㆍSC제일)보다, 외국은행이 한국에 지점 형태로 설립한 외은지점이 분식 회계와 관련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시중은행 1곳과 거래가 늘어난 기업은 분식 의심 규모가 2.3% 늘어난 반면, 외은지점 1곳과 거래를 새로 튼 기업은 분식 의심 규모가 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거래하는 국내은행이 늘어날수록 분식 의심 규모는 줄어들었다고 논문은 밝혔다.

이번 연구의 분석 대상은 국내 상장기업 8,633곳과 국내 시중은행 15곳, 외국계 시중은행 3곳, 외은지점 36~38곳이다. 분석 기간은 한미은행이 씨티은행에 인수된 2004년부터 외환은행이 하나은행에 인수되기 직전인 2011년까지다.

논문을 작성한 이상욱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런 흐름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 “국내 정보가 취약한 외국계 은행은 기업의 내부정보를 알기 어려워 겉으로 드러나는 회계 자료가 우수한 기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기업은 외국계 은행의 대출을 받기 위해 장부상 이익을 과대 보고할 동기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 외국계 은행 임원은 “회계법인의 검증을 거친 공시 자료를 보다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담보가 없으면 아예 기업 대출을 꺼리는 국내 시중은행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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