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소음 진동 피해가 85%
대기오염, 일조권 침해 뒤이어
대구 북구에 있는 A아파트 주민 B씨는 2013년 5월부터 층간 소음으로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윗집 아이들의 뛰는 소리와 가구를 끌 때 생기는 마찰음이 참기 힘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B씨는 1년 뒤 단지 내 다른 동으로 이사를 했다. 동시에 B씨는 대구지방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층간 소음 피해를 신고하고, 위층을 상대로 배상금 500만원을 신청했다. 조정위가 문제의 집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야간 소음이 54.3dB(A)로, 소음 기준한도인 50dB(A)을 초과하는 등 피해가 입증돼 2014년 12월 417만여원을 배상토록 결정했다. 층간 소음으로 개인의 정신적 피해가 인정된 최초 사례였다.
최근 경기 하남시에서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등 일상의 소음, 진동, 일조권 등을 둘러싼 환경분쟁이 주요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매김 하면서 환경 갈등 사례는 최근 15년 사이 3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환경부 소속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소음, 대기오염 등 조정위에 접수된 환경 피해 사건은 2000년 71건에서 지난해 215건으로 증가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신청한 정신적ㆍ물적 배상금도 같은 기간 114억여원에서 202억여원으로 늘어났다. 환경분쟁조정위는 분쟁 당사자들이 법원 민사 소송으로 가기 전 단계에서 갈등을 중재해 주는 행정기관이다.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지방조정위가 피해 배상금 1억원 이하의 사건을 다루고, 그 이상일 땐 중앙조정위가 관할한다.
분쟁 원인은 1991년 이후 지난해까지 공사장이나 층간 소음 등 소음ㆍ진동으로 인한 피해가 85%(2,983건)를 차지해 압도적이었다. 대기오염(6%ㆍ203건)과 일조권 침해(4%ㆍ15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소음ㆍ진동 피해 중 층간 소음의 경우 피해가 경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정위 문턱을 밟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2010년 25건에서 2014년 55건으로 2배 이상 늘어나며 증가세를 보였다.
층간 소음을 비롯해 환경분쟁이 증가하는 이유는 소득 수준이 증가하면서 삶의 질에 대한 개인들의 자각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소속 함진식 대구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언론 보도와 인터넷에서 넘치는 정보 덕분에 과거에는 그냥 참았을 일을 지금은 권리 구제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정위에 접수된 피해 내용의 절반 이상은 정신적 피해로 집계됐다.
남광희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환경분쟁 양상이 공장 굴뚝연기나 하천오염 등 전통적인 형태에서 빛 공해와 층간 소음 등 생활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며 “생활 주변의 환경 분쟁은 가해자가 진심 어린 사과만 한다면 분쟁 조정까지 오는 일이 확연히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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