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간통죄 폐지되자… ‘사이버 흥신소’ 문전성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간통죄 폐지되자… ‘사이버 흥신소’ 문전성시

입력
2016.07.05 04:40
0 0

이혼소송서 위자료 더 받기 위해

불륜 증거수집 의뢰 꾸준히 증가

전국 3000여개 흥신소 성업 중

휴대전화 위치ㆍ택배 배송지 이용

개인정보 빼내는 방식도 진화해

불법행위 도 넘어… 대책 시급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 대학연구소 연구원 박모(34ㆍ여)씨는 올해 2월 남편의 외도를 눈치 채고 이혼을 결심했다. 박씨는 남편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했지만 간통죄가 폐지된 마당에 위자료를 더 받아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결국 박씨는 흥신소를 이용해 간통 증거를 잡기로 마음먹고 ‘개인정보를 판매한다’는 온라인 광고를 게재한 흥신소 업자 임모(40)씨에게 연락했다. 임씨는 며칠 후 250만원을 받는 대가로 박씨 남편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남편의 위치정보를 제공한 것은 물론, 모텔에서 불륜현장 사진까지 포착해 박씨에게 건넸다.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배우자의 불륜 증거 수집을 수사기관에 의존할 수 없게 되자 이를 대리해 주는 흥신소가 성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흥신소들이 수요가 급증하면서 보다 많은 불법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휴대폰 위치정보 서버를 해킹하는 등 기술적으로 진화하고 있으나 단속은 제자리에 머물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경찰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흥신소는 간통죄 폐지 이전과 비교해 2배 가량 증가한 3,000여개에 이른다. 경찰은 이들 중 상당수가 외도가 의심되는 배우자 뒷조사를 주업무로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법원이 위자료를 책정할 때 혼인 파탄의 원인 및 파탄에 기여한 책임 정도를 주요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제 피해를 당한 배우자 스스로 이혼 귀책 사유를 입증해야 위자료 분배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어 불법임을 알고도 흥신소를 찾는 이혼 부부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흥신소 업자는 “업계 10위 안에 드는 대형 흥신소들의 경우 간통죄 폐지 전 하루 한 건에 그쳤던 배우자 불륜 관련 의뢰를 20건 이상 받는다”며 “과거에는 협박이나 설득 목적으로 증거를 수집했지만 최근에는 이혼청구 소송에서 금전적 이득을 얻으려는 의뢰인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수요 증가와 함께 흥신소들의 불법행위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날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적발한 흥신소 업자와 브로커들은 해커, 택배기사 등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빼내는 식으로 1년 9개월간 1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브로커 홍모(40ㆍ구속)씨는 해커 김모(27ㆍ구속)씨가 휴대폰의 취약 부분을 이용해 특정 이동통신사의 위치정보 서버 주소를 해킹하면 데이터 분석ㆍ송수신 프로그램으로 추적한 정보를 넘겨 받아 건당 30만원을 받고 흥신소 업자들에게 되팔았다. 홍씨는 택배 협력업체 기사를 통해 배송지 주소를 유출한 뒤 흥신소에 건당 15만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요즘 흥신소들은 불륜현장 미행처럼 개인적으로 활동하던 과거와 달리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판매하고 전문 상담과 미행을 진행하는 등 역할을 분업화한 ‘사이버 흥신소’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를 넘은 정보 수집 행위가 계속되면서 관리ㆍ감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흥신소들이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고 추적이 어려운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활동 수단으로 삼는 탓에 적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경찰이 추진 중인 ‘민간조사업법(탐정법)’을 조속히 제정해 흥신소들을 제도권으로 끌어 들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간조사업계 한 관계자는 “민간조사업과 관련한 제대로 된 법 규정이 없는 틈을 노려 흥신소들의 불법이 판치고 있는 만큼 이들에게 합법적 활동 공간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