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출마론ㆍ컷오프 도입 등 강경파, 친박 당권론 밀어붙여
온건파 “자체 조율 없이 목청만”
최근 새누리당 의원 몇 명이 함께 식사를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친박인 듯 친박 아닌 친박 같은’ 성향이라는 것이었다. 잔을 든 한 의원이 이런 건배사로 그날 구성원의 특징을 꼬집어 표현했다. “온건한 친박을 위하여!”
친박계의 세포분열이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의원끼리도 ‘강경파’와 ‘온건파’로 정체성을 나눠 부른다. 최근 들어 당무와 관련해 강성 친박 의원들이 확실한 색깔을 드러내면서부터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잠정 결정한 당 대표ㆍ최고위원 분리 선출을 근간으로 한 단일성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서청원 대표 출마론’의 진원지도 강성 친박 의원들이라는 게 당내의 대체적 분석이다. 친박 실세로 통하는 최경환 의원이 당 대표를 선출하는 ‘8ㆍ9 전당대회’에 불출마 하는 쪽으로 기울자, 부랴부랴 대타로 서 의원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4일 “그럴 의사가 없을뿐더러 맞지도 않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5월 ‘김용태 혁신위원장안’ 의결을 무산시킨 상임전국위ㆍ전국위 집단 보이콧의 배후에도 친박 강경파가 있었다. 전대에서 컷오프(결선투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내부 교통정리가 되지 않아 ‘친박’ 간판을 단 후보가 난립할 조짐을 보이자 강구한 대책이라는 해석이다.
이처럼 친박 강경파가 내놓는 주장은 대부분 ‘친박 당권론’으로 통한다. 안 그래도 레임덕 우려가 큰 정권 후반기일수록 여당의 대표는 주류인 친박계가 맡아야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문제는 당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다 보니 때로는 기존 합의를 무시하거나 자신의 입장을 뒤집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이다.
친박계이지만, 계파색이 강하지 않은 이주영 의원이 3일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총선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최경환 의원도 겨냥한 것 역시 계파 내부의 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는 평가가 많다. 당장 강경파에서 이 의원을 향해 “친박 단일후보라고 할 수 없다”(친박 중진)거나 “친박계의 표를 얼마나 받겠느냐”(친박 재선)는 불쾌한 반응이 나왔다.
반면 온건 성향의 친박 의원들은 강경파의 언행에 고개를 내젓는다. 한 의원은 “강경파 의원들이 나를 보면 ‘대체 아군 맞나’ 싶겠지만, 내가 보기엔 오히려 그들의 주장이나 행동이 박근혜 정부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범친박에 속하는 또 다른 의원은 “가장 큰 문제는 친박계 내부에서 의사소통이나 조율이 없었는데도 일부 강경파의 목소리가 친박계 전체의 주장처럼 비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선 친박 강경파가 위축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의원은 “새누리당은 몇몇 핵심 친박 의원들의 것이 아니다”라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누가 당의 얼굴이 되는 게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될지는 당원들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고 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