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앤에스 최재학 대표
영업사원하다 2000년에 창업
전자결재 늘며 곧 침체기 빠져
잉크 마르거나 묻지 않는 기술
연구개발에 승부 걸어 위기 탈출
총선 땐 기표용구 9만개 납품
팬시ㆍ타투 스탬프 등 인기몰이
“투표 용지에 기표한 뒤 반으로 접을 때 잉크가 묻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이 많은 어르신이 비스듬히 찍어 온전히 표기되지 않는 현상은 어떻게 방지하지?”
각종 사무ㆍ개인용 도장을 제조하는 스탬프 전문 기업 ‘그린피앤에스’는 지난 4ㆍ13 총선 당시 기표용구 9만여개를 납품한 곳이다. 그린피앤에스의 기표용구는 뚜껑을 열어도 6개월 간 잉크가 마르지 않고, 2만회 이상 찍어도 자동개표기가 인식할 정도로 잉크가 균일하게 찍힌다. 특히 기표 후 바로 접어도 맞은편 종이 표면에 잉크가 묻지 않는다. 손과 팔이 불편한 장애인 면담 등 10개월간 연구해 제작한 장애인용 기표용구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재학(62) 대표는 그러나 “100% 완벽을 위해선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만년 스탬프(잉크가 도장에 내재돼 인주 없이 찍을 수 있는 도장)를 처음 만든 ‘한국퍼마트’에서 1983년부터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뜻이 맞는 동료 2명과 나와 2000년1월 그린피앤에스를 세웠다. 그러나 인터넷이 활성화하면서 전자 결재가 늘고, 사람들도 도장보다는 서명을 애용하기 시작하며 국내 스탬프 업계는 곧 침체기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악조건에도 꾸준히 사세를 확장, 지난해 임직원 34명에 매출 45억원(지난해 추산치)의 회사로 일궜다.
가장 큰 비결은 연구 개발과 신기술에 있었다. 도장 자영업자들이 주로 고무나 플라스틱 소재에 활자를 새기던 2004년 자외선 파장의 빛을 쬐면 굳는 광경화성 고분자 물질인 포토폴리머를 이용한 기계를 외국에서 들여온 게 대표적이다. 덕분에 10분 만에 즉석 도장 제조가 가능해졌다. 당시 이 기계의 가격은 대당 1,000만원에 육박했다. 최 대표는 6개월도 안 돼 동일한 성능의 국산품을 개발, 300만원대에 내 놨다.
인주가 필요 없는 만년스탬프 형식의 기표용구를 처음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2005년 4ㆍ10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납품한 이도 최 대표다. 그는 “유권자 1명이 6번 기표해야 하는 2006년 5ㆍ31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가 만년스탬프의 필요성을 느껴 2004년 가을 회사를 찾아와 기표용구 개발을 의뢰했다”고 회상했다. 최 대표는 2007년 아예 부설연구소를 세웠다.
그린피앤에스는 이후 조달청 공공입찰에서 잇따라 사업자로 선정돼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에 기표용구를 납품했다. 법무부(출입국 심사인), 농산물품질관리원과 축산물품질관리원(이상 등급 판정용 스탬프), 우정사업본부(불변성잉크)와도 거래하고 있다.
최 대표는 앞으로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신제품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매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문구쇼와 중국 인장전시회를 찾아 업계 흐름을 파악하고 정보도 얻고 있다. 어린이들이 갖고 놀 수 있는 ‘헬로키티’ 등의 캐릭터가 새겨진 ‘팬시 스탬프’, 3일 정도 지나면 지워지는 특수 잉크를 사용한 일회용 ‘타투 스탬프’ 등 아이디어 상품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스탬프 산업이 사양 산업이라지만 시대에 맞는 편리한 제품을 개발하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새로운 제품을 내 놓아 신 시장을 계속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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