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4일 SK텔레콤-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하는 것으로 장장 7개월(217일)을 끌어왔던 심사를 일단락했다. 법정심사기간(120일)을 훌쩍 넘긴 최장기간의 심사였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지나치게 여론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보다 더 오래 걸린 것도 여러 건 있었으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최대한 꼼꼼하게 심사를 했기 때문”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현행 공정위의 기업결합에 대한 법정심사기한은 최장 120일이다. 자료 보정 기간 등을 감안하더라도 법정 기간으로 따지자면 늦어도 지난 4월 총선 전에는 마무리됐어야 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내용이라 공정위가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를 보다 시간이 길어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심사 기간 내내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방송과 통신이라는 이종 업종 1위 업체간 합병이라는 전례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이 되더라도 7개월을 끈 것은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이날 심사보고서를 발송하기 직전까지도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는 등 철통 보안을 유지하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갔다. 과거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가 심사 당시 이남기 전 공정위원장이 SK그룹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는 등의 선례도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심지어 업계 일각에선 “공정위가 여러 가지 안을 만들어 윗선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였다.
이번 사안의 결론도 이런 고심을 반영한 절충안의 성격이 짙다. 합병 승인을 해주되 기존 경쟁 사업자를 위한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양쪽 입장을 모두 반영해 준 것이라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독과점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기관으로서 이 같이 새롭게 독과점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의 과거 기업결합 건을 보면 평균적으로 290일 정도가 걸린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절대 오래 걸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 케이블TV 방송사인 CMB계열 6개 사업자의 웹앤티비 인수합병 건을 심사했을 당시에도 932일이 걸렸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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