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피해접수 현황 공개
사망 신고만 475명 달해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일 뿐”
환경단체 “200만명 넘을 수도”
정부가 올해 4월부터 뒤늦게 4차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 접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두 달 동안 접수된 피해자가 지난 4년여간 파악된 피해인원의 두 배인 2,4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가 계속되면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25일부터 6월30일까지 진행된 정부 4차 피해신고 접수 결과 2,416명이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중 사망자 신고만 475명에 달했다. 정부는 4월25일부터 무기한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접수를 받고 있으나 아직까지 피해자 집계를 발표하지 않았다.
4차 조사는 접수를 시작한 지 두 달밖에 안됐는데도 피해 규모는 2011년 9월 처음 정부가 피해자 조사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4년여간 접수된 인원(1,282명)의 두 배나 됐다. 정부의 1차 조사(2011년 9월~2013년 12월)에서는 361명이, 2014년과 2015년도에 각각 진행된 2ㆍ3차 조사 때는 169명, 752명이 접수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 사망자가 475명이나 추가되면서 누계 700명을 훌쩍 뛰어 넘었다. 그 동안 사망자는 1차 106명, 2차 40명, 3차 80명 등 226명에 그쳤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최근 3개월간 거의 모든 언론이 집중 조명하는 등 최대 사회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살균제 사용 경험이 있는 다수 국민들이 가족의 사망과 건강피해 관련성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피해자 신고가 크게 늘어난 배경을 분석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과 가습기살균제 피해 가족들은 이조차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피해자 신고접수를 받지 않았던 올해 1~4월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이 신고를 받은 피해자 수만 해도 566명(사망 41명)이나 되는데, 이 중 4월 이후 정식 절차를 거쳐 정부 피해자 조사에 포함된 사례는 110명(사망 19명)에 불과하다. 아직 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가 상당수라는 뜻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해 12월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22.0%가 가습기살균제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사용자 5명 중 1명은 ‘호흡기 질환 등 건강상 피해가 있었다’는 응답을 내놨다. 센터 측은 설문결과를 토대로 가습기살균제 사용 인원은 1,087만명, 피해자 규모는 227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민관합동 폐손상조사위원회가 추정한 살균제 사용자 수(약 800만명)를 기준으로 해도 피해자는 160만명으로 추정된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는 “정부는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것을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해 피해자들과 피해 정도를 정확히 산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 접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가습기살균제와 인과관계를 규명해 피해자로 판정하는 일이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다. 서흥원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은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거점 병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접수자들에 대한 정확한 판정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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