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테니스 선수들이 모든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오픈 시대(1968년) 이후 윔블던 남자단식 우승 트로피는 프랑스와 인연이 없었다. 1997년 캐드릭 피올린이 오픈 시대 이후 유일하게 결승전에 올랐지만 피트 샘프라스(미국)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줘야만 했다. 그러나 오픈 시대 이전 프랑스는 윔블던에서만큼은 강세를 보여왔다. 1924년부터 6년 연속 프랑스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1946년 이봉 페트라의 우승 이후 70년간 그 명맥이 끊겼다.
70년만에 프랑스 출신 윔블던 남자단식 우승자가 탄생할 수 있을까. 세계 최강 노박 조코비치(29ㆍ세르비아)가 탈락한 윔블던에 프랑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4명의 프랑스 선수들이 16강에 진출했다.
프랑스 바람의 중심에는 조 윌프레드 송가(31ㆍ12위)가 있다. 2011년과 2012년 윔블던 4강까지 올랐던 송가는 4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남자단식 3회전에서 존 이스너(31ㆍ17위ㆍ미국)에게 3-2(6-7 3-6 7-6 6-2 19-17)로 역전승을 거뒀다. 송가는 무려 4시간 24분 혈투를 벌인 끝에 16강에 진출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세트는 2시간 9분이 걸릴 정도로 대혈투였다. 두 선수는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한 차례도 잃지 않으며 듀스 게임에 돌입했다. 좀처럼 승부가 갈리지 않던 상황에서 이스너가 먼저 기회를 잡았다. 이스너는 16-15로 앞선 상황에서 30-40으로 매치 포인트를 잡았지만 송가가 포핸드 스트로크와 스매시 등으로 연속 포인트를 획득해 게임 스코어 16-16이 됐다.
위기 뒤 기회가 찾아왔다. 송가는 17-17에서 이스너의 서비스 게임을 듀스 끝에 브레이크하며 18-17로 역전했고 이어진 자신의 서비스 게임에서 두 개의 서브 에이스를 꽂아 넣으며 길고 긴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송가는 16강에서 같은 프랑스의 리샤르 가스케(30ㆍ10위)를 상대한다. 프랑스 남자 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가스케는 이날 라모스 비놀라스(28ㆍ36위ㆍ스페인)를 3-1(2-6 7-6 6-2 6-3)꺾고 2년 연속 대회 16강에 올랐다.
지난해 4강 진출자인 가스케와 송가는 역대 전적에서 4승 4패로 호각세를 이루고 있다. 잔디코트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2007년 윔블던 16강 이후 9년 만이다. 당시는 가스케가 3-0으로 승리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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