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브렉시트의 최대 이해 당사자인 영국 재계가 본격적인 개입을 선언했다. 기존에 영국 정부에게 주어진 것으로 알려진 브렉시트 협상 개시 권한에 대해 영국 기업들이 단체로 위헌 소송에 나서면서 협상 시점을 둘러싼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4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최대 법률회사인 미쉬콘 드 레이아는 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쉬콘 드 레이아의 파트너 카스라 누루치는 “정부는 영국 법에 따라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의 절차를 집행해야 한다”며 “현직 또는 차기 총리가 의회 동의 없이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소송 취지를 밝혔다. 소송 의뢰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명칭을 언급하지 않은 채 “익명의 그룹”이라고만 발표했다.
소송은 리스본조약 50조의 해석을 두고 펼쳐질 예정이다. 리스본조약 50조는 EU회원국의 탈퇴 절차에 대한 조항으로, ▦모든 회원국은 자국 헌법적 요건에 따라 EU 탈퇴를 결정할 수 있다 ▦탈퇴 의사를 유럽위원회(EC)에 통보한 뒤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원국과 협상을 개시한다 ▦탈퇴 통보 시기를 기점으로 EU와 관계 전반에 대해 2년간 협상을 진행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중 ‘자국의 헌법적 요건’에 대한 해석을 두고, 탈퇴 결정권이 총리와 의회 둘 중 어느 쪽에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이는 것이다.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에게, 잔류 진영은 영국 의회에게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쉬콘 드 레이아는 소송 진행 상태에 대해 아직 “정부 측 변호인과 접촉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러한 움직임 자체가 브렉시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기업들의 반(反)브렉시트 조치가 보수당 내 잔류파에게 이론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고 BBC는 분석했다.
한편 EU에서도 브렉시트 여파로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의 퇴진론을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독일 정부의 한 각료는 3일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조만간 융커 집행위원장의 사퇴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언급해 그의 퇴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융커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브렉시트 책임론과 사퇴 가능성을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EU의 맹주 격인 메르켈 총리가 현 EU 지도부 노선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EU 내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EU의 강력한 통합을 주도해 온 융커 집행위원장은 브렉시트 후 “영국에 지나치게 경직된 입장을 관철했다”는 책임론에 휩싸였다.
김정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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