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다! 이윽고 무덤 하나가 곡괭이 아래에서 무덤을 드러냈다. 2,0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고대 박트리아의 공주가 우리의 눈 앞에서 깨어나는 순간이었다.”(틸리야 테페를 발굴한 빅토르 사리아니디의 회고록)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대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문화를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전시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를 5일부터 개최한다. 지형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한가운데 위치해 문명의 교차로이자 새로운 문화의 탄생지였던 아프가니스탄의 고대 문화는 한반도를 비롯 주변 지역의 문화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국립아프가니스탄 소장품 231건을 중심으로 한 이번 특별전은 2006년 파리 기메박물관을 시작으로 전세계를 순회하고 있으며 한국은 개최 12번째 국가다.
우즈베크어로 ‘황금 언덕’을 뜻하는 틸리야 테페(Tillya Tepe)는 1978년 소련의 고고학자 빅토르 사리아니디의 발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발굴 당시 ‘이집트 투탕카멘 발견에 필적’ ‘20세기 고고학 상 최고의 대발견’ 등의 평가를 받으며 주목 받았던 이곳 유적에서는 기원후 1세기쯤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5기의 여성 무덤과 1기의 남성 무덤이 발견됐다. 귀고리, 목걸이, 관뿐만 아니라 입고 있던 옷과 시신을 감싸던 천까지 금으로 무장한 그들의 무덤은 당시 유라시아 중심에서 유목민들이 활발하게 교역했음을 보여준다.
유적의 발굴품에서는 또한 그리스, 로마, 중국, 인도, 스키타이-시베리아 등 매우 다양한 문화권의 요소들도 찾아볼 수 있다. 6호 묘에서 발굴된 금관(1세기 제작)은 신라 금관과 제작 시점이 300~400년 이상 떨어진 데다 세부 제작 기법과 형태에서도 차이를 보여 신라 금관과의 직접적 연관성을 가질 여지는 많지 않다. 그러나 나뭇가지 모양의 세움 장식, 새ㆍ달개 등이 5, 6세기 신라 금관과 동일한 모티프를 지닌다는 점에서 신라 금관의 기원을 밝힐 연구 자료로서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특별전시는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틸리야 테페의 발굴품 외에도 ▦메소포타미아와 인더스 문명의 교류를 짐작하게 하는 기원전 2,000년 청동기시대 유적인 테페 푸롤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의 군주 알렉산드로스 동방 원정 이후 세워진 아이 하눔 ▦쿠샨 왕조의 여름 수도로 번영했던 베그람 등의 유적을 소개한다. 전시에서 공개된 국립아프가니스탄박물관 소장품은 한때 1979년 소련의 군사 개입과 잇따른 내전 등으로 사라졌다고 알려졌으나 보물 피해 등을 우려한 박물관 직원들이 비밀리에 지하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사실이 2003년 밝혀져 화제를 모았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아프가니스탄 내전 등으로 보물들이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10년째 순회전을 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목숨을 걸고 문화유산 지켜낸 박물관 직원들에 대한 헌사”라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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