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고수대열에 올라선 A씨는 지인들로부터 두려움의 대상이다. 많은 시간 골프연습과 라운드를 이어온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의 성장 동력에는 산전수전 내기골프를 통해 만들어진 두둑한 배짱에 있다. 웬만한 구찌(상대방을 위축 시키기 위해 하는 가벼운 말)에도 반응 없는 멘탈 갑의 경지에 올라섰다. 그래서 그는 각종 프로테스트와 아마추어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다. 짜릿한 긴장감을 맛보기 위함이다. 마치 하이에나처럼 내기골프에 굶주려 있던 그에게 라운드 약속이 잡혔다. 컨트리클럽의 챔피언 출신 골퍼들과의 자존심을 건 18홀의 라운드…. 평소 작은 내기 골프에 익숙한 그에게 약간 큰 내기를 걸어온 동반자들의 카리스마는 남달랐다. A씨는 기세에 눌리고 싶지 않아 단박에 수락했다. 하얀색 박스가 보이는 첫 홀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그에게 한마디가 들려왔다. "어디가세요! 백티에서 쳐야지." 골프고수들과 낮선 환경 게다가 족히 50m는 될 법한 백 티와 화이트 티의 거리 그리고 금전적 압박, A씨의 심리적 부담은 배가 됐다. 게다가 가옥한 로컬룰이 적용됐다. 2인 이상 동타가 나오면 더블, OB와 헤저드에 들어가도 더블 , 또 동반자 중 버디·더블보기가 나와도 더블 이었다. 동반플레이어들의 기세에 맞서 한 홀 한 홀 나름의 선방을 이어가던 A씨는 수세에 몰린 그들이 꺼낸 카드에 이내 평정심을 잃었다. 다름 아닌 '땅판'의 습격... 어지간한 고수들도 간담을 서늘케 만드는 배판의 마력 앞에 A씨는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정말 이겨내기 힘들었다. 한편으론 계속해서 '땅판'을 외쳐대는 그들이 야속했다. 경기 전 경기 룰에 배판 부르기는 없지 않았냐며 불평도 해 보았지만 '배판은 기본적인 것 아닌가요?'라며 하수 보듯 반문하는 그들 앞에서 A씨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라운드를 마친 A씨는 골프에 대한 겸손함과 내기골프예절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우선시해야 할 골프라운드에서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언행 내지는 행동에서 비롯된 비매너를 범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골프라운드에서 '타당'이라는 단어와 함께 금액을 걸어 내기골프를 하는 것은 골퍼들에게 매우 흔한 일이다. 골프를 가르치는 지도자들 또한 필드에서 내기골프 할 것을 종용하기도 한다. 이는 필드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 불안을 이겨내는데 도움을 주며, 샷 한번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플레이 하도록 긴장감을 조성해 주기 때문에 멘탈 극복에 내기골프만한 약은 없다는 것이 일반화 된 것이다. 하지만 A씨의 사례 같은 내기골프는 해서는 안된다. 돈을 잃었다고 연신 '땅판'을 부르는 행위, 동반플레이어에게 부담 줄 정도의 룰을 만들어 배판을 형성하게 만드는 행위 그리고 무한대로 내기를 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아무리 친분이 두터운 관계라도 내기골프의 속성상 감정의 골이 깊어 질 수 있다. 또 자칫 신사적인 스포츠가 도박으로 변질되어 자신도 모른 채 골프도박꾼으로 지탄받을 수 있다.
만약 내기골프를 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반드시 이기고 싶다면 지속적인 '땅판'을 불러보자. 제아무리 강심장을 지닌 사람일지라도 배판의 마력 앞에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단 그 지뢰가 부매랑이 될수도 있다는 점 잊지 말자.
최성락 박사는 고교시절까지 야구선수생활을 했으며, 이후 골프로 전향해 2012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준회원으로 프로에 입문하였다. 2014년 한양대학교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양대학교에서 골프강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편집부 기자 master@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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