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보도 축소 압력 파문을 계기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과 같이 여권에 유리한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으로는 정치적 편향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장 추천권을 갖고 있는 이사회는 거수기에 불과하고, 사실상 청와대가 공영방송에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낼 수 있도록 돼 있는 구조가 문제의 핵심이다.
KBS 사장을 결정하는 KBS 이사 11명 중에는 여당 측 추천 인사가 7명이나 된다. 이사들이 정치권의 추천에 의해 낙점되는 데다 여당 추천 이사가 과반을 넘어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가 사장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청와대가 KBS 사장을 통해 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전 수석이 KBS 보도국장에게 황당한 압력을 넣은 것도 사장 인사권을 청와대가 쥐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MBC 사장을 결정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도 여야 6 대 3으로 구성돼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권에 잘 보여야 하는 공영방송 사장이 인사권을 쥔 조직에서 보도는 편향되기 마련이다. 정권에 불리한 기사는 누락, 삭제되고 정권 홍보기사는 확대되고 전진 배치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길환영 KBS 전 사장의 부당한 보도 개입을 기록한 김시곤 전 KBS국장의 비망록은 방송보도가 권력의 통제를 통해 어떻게 변질되는지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행태가 길 전 사장 시절에 국한되거나, KBS에만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도 정권에 민감한 보도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축소되거나 빠지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점으로 미뤄 현재진행형일 개연성이 높다.
방송의 독립성과 편성ㆍ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려면 이사진 구성에 변화를 줘야 한다. 언론단체와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여러 대안을 제시해왔다. 그 중에서 공영방송 이사진‘의석수 배분’ 혹은 ‘여야동수’ 로의 변경과 사장 선임 등과 같은 주요 사안의 경우 재적이사 3분의 2이상 찬성을 전제로 하는 ‘특별다수제도’ 도입 등이 공감을 얻고 있다.
공영방송 정상화는 여야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은 자신들이 집권하면 방송을 장악하려는 유혹에 사로잡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방송의 편향성 시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잘못된 지배구조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이다. 정치권은 공영방송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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