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엔진과 전기구동 모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차(HEV)의 덕목은 정숙함과 편안한 승차감, 높은 연료 효율성 등이다. 이런 가치를 극대화해 수입 디젤차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소리 없이 강한 HEV가 렉서스의 ‘ES300h’다.
최근 시승한 ES300h는 연비 향상을 위해 HEV 전용으로 개발된 차들과는 결이 달랐다. 큼직한 차체와 넓은 실내 공간은 다른 브랜드 최상위 세단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게다가 원목과 고급 마감재를 사용한 실내 디자인은 의전차량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ES300h 운전대는 전기모드뿐 아니라 엔진을 가동할 때도 부드럽게 돌아가며 정확히 방향을 잡았다. 엔진과 전기모터로 총 203마력을 뿜어내 가속력은 3.5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ES350’에 비해 부족하지 않았고, 무단변속기(e-CVT)가 적용돼 변속 충격도 거의 없었다.
속도를 높여갈수록 정숙성은 빛을 발했다. 시속 100㎞를 넘는 고속에서도 외부 소음은 실내를 어지럽히지 못했다. 다만 급가속 시 엔진룸 쪽에서 들려오는 모터의 “지이이잉” 소리는 예민한 운전자에게 거슬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속으로 곡선 구간 통과 시 뒤쪽이 약간 출렁거리는 느낌은 옥의 티였다. 그래도 ES300h 자체가 역동적인 운전을 추구하는 종류의 차가 아니라 이해 못할 수준은 아니다.
서울 도심 및 경기도 외곽 도로를 200여㎞ 달린 뒤 측정한 연비는 16㎞/ℓ로, 공인 복합연비 16.4㎞/ℓ에 조금 못 미쳤다. 대형 세단에 버금가는 차체와 연비를 의식하지 않고 마구 달린 것을 감안하면 준수한 편이다.
현재 판매 중인 ES300h는 지난해 가을 출시된 7세대 모델이다. 2012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6세대 ES300h는 3년간 1만1,000대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에도 수입차 톱10 가운데 7위에 오른 ES300h를 제외하고 나머지 9대는 모조리 독일 브랜드의 디젤차였다.
지난 1~5월 ES300h는 1,888대가 팔리며 수입 HEV 중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엔진 배기량이 커 보조금 지원 대상이 아닌데도 보조금을 받는 HEV들을 압도하고 있다. 원조 HEV인 도요타 프리우스(587대)조차도 ES300h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수입 HEV 최강자’란 수식어는 ES300h 차지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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