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치러진 총선서 원주민 출신 린다 버니 당선
개표 상황은 초박빙 접전, 단독 정부 없을 수도
지난 2일 치러진 호주 총선이 초박빙의 접전을 보이며 아직 선거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호주 역사상 처음으로 원주민 출신 여성 하원의원 당선자가 나왔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3일(현지시간) 원주민 여성 린다 버니(59) 노동당 후보가 시드니 남부 바턴에서 집권 자유당인 니콜라스 바르바리스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호주에서 원주민 출신이 의회에 입성하기는 2010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켄 와이어트와 2013년 상원의원이 된 올림픽 여자하키 챔피언 노바 페리스에 이어 세 번째이며 여성 하원으로는 처음이다.
호주에서 원주민 출신들에 대한 차별은 뿌리 깊어, 교육ㆍ고용 수준은 낮은 반면 질병ㆍ범죄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버니 당선자가 ‘원주민 대표’라는 상징에 그치지 않고 원주민의 교육 및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이유다.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버니 당선자는 원주민 지원단체에서 활동했고, 2003년 뉴사우스웨일스주 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적 행보를 시작했다.
특히 버니 당선자의 지역구인 바턴은 2013년 총선에서는 집권 자유당이 우세했던 지역이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 가족이 바턴 내 중국식당을 찾아 바르바리스 후보를 간접 지원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 버니 후보의 당선은 더욱 주목 받고 있다. 그는 승리를 확정 지은 후 호주 ABC방송에 출연해 “바턴 주민과 나는 오늘 밤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다”며 “나의 승리는 원주민과 여성의 승리”라고 기쁨을 드러냈다.
한편 호주 총선 결과는 3일 오전까지 78.5%가 개표된 가운데 자유당ㆍ국민당연합과 노동당 간 박빙의 각축전이 계속되고 있다. 자유ㆍ국민연합은 65곳에서, 노동당은 67곳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어 단독 과반정당이 없는 ‘헝(Hung) 의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호주 하원은 총 150석으로 76개석을 넘어야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때문에 자유-국민엽학과 노동당 모두 소수정당과 무소속 당선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물밑 전쟁을 시작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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