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하받고 있는 노이어 골키퍼/사진=유로2016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전차 군단 독일 축구는 철옹성 같은 느낌이다. 과거 1990년대부터 뚜렷한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가운데서도 단단한 조직력으로 출전하는 대회마다 항상 최상위권을 유지해왔다. 빈틈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독일에게도 강력한 천적이 존재해왔다는 건 의외다. 바로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로 무려 54년간이나 국제 메이저 대회에서 이기지 못했던 징크스를 마침내 깨뜨렸다.
독일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누보 드 스타드 보르도에서 열린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이탈리아와 8강전에서 전후반 90분과 연장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맞은 승부차기에서 6-5로 이겼다.
무려 9번째 키커까지 나서는 숨 막히는 승부였다. 먼저 찬 이탈리아의 9번째 키커 마테오 다르미안(27ㆍ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 마누엘 노이어(30ㆍ바에이른뮌헨)의 선방에 막힌 사이 독일은 신예 요나스 헥토르(26ㆍ쾰른)가 골망을 가르며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 킥을 막은 노이어는 경기 수훈선수에 선정됐다.
이로써 독일은 메이저 대회에서 만난 이탈리아전 4무 4패(유로 2무 1패, 월드컵 2무 3패)의 열세를 끊었다. 무려 54년간 따라다닌 지긋지긋한 꼬리표였다. 큰 경기와 토너먼트 승부에서 더욱 강해지는 독일은 역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4회 우승(1954년ㆍ1974년ㆍ1990년ㆍ2014년)과 유로 3회 우승(1972년ㆍ1980년ㆍ1996년)에 빛나는 강호임에도 이탈리아에게는 1962년 칠레 월드컵 조별리그(0-0 무승부)부터 지난 유로 2012 준결승전(1-2 패)까지 한 번도 이기지를 못했다.
물론 이번 승리도 공식적으로는 무승부(승부차기 승은 무승부)지만 결정적인 8강 문턱에서 아주리의 저주를 깼다는 데 의미가 크다. 내친 김에 독일은 유로 역대 최다인 4회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스페인과 함께 유로 최다 우승국(3회)인 독일은 1996년 이후 20년만의 우승을 노린다.
이날 독일이 이탈리아 징크스를 얼마나 신경 썼는지는 감독의 전술적 변화에서 여실히 읽을 수 있었다. 요아힘 뢰브(56ㆍ독일) 감독은 평소 즐겨 쓰던 포백 수비가 아닌 스리백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탈리아의 스리백 포메이션에 대한 맞춤 전술로 스리백 맞불작전을 펼친 것이다.
서형욱 MBC 축구 해설위원은 "이탈리아전 맞춤 전술로 독일이 스리백 전환을 실시했다"며 "결승 못지않은 경기였다"고 분석했다. 뢰브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 홈페이지와 인터뷰에서 "드라마 같은 경기였고 두 팀 모두 전술적으로 매우 수준 높은 경기를 했다"며서 "경기 전 우리는 스리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경기 뒤 ESPN은 "독일의 전술 변화가 승부차기를 이끌어냈고 악간 놀라운 결과를 연출해냈다"고 평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대회마다 최소 4강인 독일의 꾸준함에 주목했다. 신문은 "독일이 장편 서사시 같은 승부차기 끝에 이탈리아를 꺾고 4강에 올랐다"면서 "독일 축구는 유로 2004 이후 4강에 들지 못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p style="margin-left: 5pt">이날 지루하던 전반전 양상은 후반 들어 치열해졌다. 경기를 주도하던 독일은 후반 20분 메수트외질(28ㆍ아스널)이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패스를 쇄도하면서 밀어 넣는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반격에 나선 이탈리아는 후반 31분 제롬 보아텡(28ㆍ바이에른뮌헨)이 페널티 지역에서 핸드볼 파울을 범해 페널티 킥을 얻었고 이를 레오나르도 보누치(29ㆍ유벤투스)가 오른발로 강하게 때려 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양팀은 추가점 없이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천신만고 끝에 4강 티켓을 거머쥔 독일은 오는 8일 프랑스-아이슬란드 승자와 대결을 펼친다. 예상대로 프랑스가 진출할 시 또 한 번의 흥행 매치가 성사된다. 프랑스는 개최국의 이점을 안고 독일-스페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유로 통산 3회 우승에 도전한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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