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한 기한 종료 다음날
공무원 등 13명 제외 79명 출근
기재부 “예산 그만 써라” 통보에
복사용지ㆍ전기세 등 절약 공감대
유족들 “고마워요” 출근길 응원
“이제 급여를 못 받을 수 있다고 했더니 아내와 아이들이 ‘자랑스럽다. 힘내라’고 하더라고요. 오늘도 출근한 저의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저동 4ㆍ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만난 A 조사관(42)의 눈빛에서는 자신이 맡은 진상규명 신청사건을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그는 “모든 직원이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는 투사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다. 참사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유가족들의 소원을 공정한 조사를 통해 규명하겠다는 마음에서 출근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특조위 조사관ㆍ공무원 40여명은 정부가 정한 활동기간이 종료되는 특조위의 미래를 놓고 밤샘토론을 벌였다. 격론과 불안이 지나고 난 다음 날 아침 특조위 사무실 풍경은 평소와 다름 없었다. 출근한 인원은 총 79명. 건강상 이유로 사직 의사를 밝힌 별정직 공무원 1명과 정부 명령에 따라 복귀한 파견직 공무원 12명을 제외한 전원이 제자리를 지킨 것이다.
물론 떠난 이들로 인한 뒤숭숭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건물 7층에 위치한 피해조사과는 파견기간 종료에 따라 출근하지 않은 공무원 3명의 자리가 말끔히 치워졌고, 예산 중단 악재 속에 평소 환하게 불을 밝혔던 사무실 전등도 군데군데 꺼져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전날 “1일부터 남아 있는 예산을 사용하지 말라”는 통보를 특조위 측에 전달했다. 특조위 관계자는 “복사 용지 같은 비품이나 전기세, 사무실 임대료 등을 되도록 아끼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당장 필요한 조사 활동은 각자 사비를 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조위의 허전함을 채워준 건 유가족과 시민들이었다. 이날 오전 오전 8시30분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50여명이 사무실이 입주한 빌딩 현관문에서 엘리베이터 앞까지 일렬로 줄 지어 섰다. 곧 이어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과 조사관들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유가족들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이들을 맞았고, 한 명 한 명 손바닥을 맞대며 감사함을 공유했다. 서로 악수하면서 “고맙습니다” “파이팅”을 외쳤고, 몇몇 유가족과 조사관은 꼭 끌어안고 상대의 눈물을 닦아주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유경근 4ㆍ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특조위 위원ㆍ조사관들이 밝은 얼굴로 의지를 갖고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거꾸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며 “오늘 눈물과 격려로 뜻을 하나로 모은 것처럼 특조위가 참사의 숨은 진실을 완벽히 밝힐 때까지 유가족들이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 역시 절반 이상이 특조위의 활동기간 연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 의뢰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기간 논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활동 기간을 ‘더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이 51.0%로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35.0%)보다 16.0%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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