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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도심 레이스.. 배경엔 주최측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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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도심 레이스.. 배경엔 주최측 꼼수

입력
2016.07.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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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서울서만 50개 안팎

마라톤-자전거 거의 매주 관통

잦은 교통통제-체증에 시민 고통

도로코스 고집 이유는 고수익

경기장과 달리 대여료 없고

동호인도 도심 달리기 선호

당국은 허가기준 없어 구경만

경찰 “우회로 있으면 대개 협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여가활동도 좋지만 꼭 도로를 막고 뛰어야 하는지 의문이 드네요.”

지난달 12일 주말을 맞아 서울 도심 나들이에 나섰던 이모(52)씨는 기분이 크게 상했다. 차를 타고 이른 아침 마포구 상암동 가양대교를 지나다가 극심한 교통체증에 30분 넘게 발이 묶인 것이다. 가양대교와 월드컵공원 일대를 달리는 계주 마라톤 경기 ‘릴레이 포 서울’ 때문에 교통이 통제된 탓이었다. 대교 8차선 중 4차선이 마라톤 코스로 쓰이면서 차량들은 한참 동안 거북이 걸음을 해야 했다. 한 시민은 급기야 차를 도로 중간에 세우고 교통정리를 하던 모범운전자를 향해 “대체 어디로 가라는 거냐”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마라톤, 사이클링 등 도시를 달리는 행사가 급증하면서 시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성수기에는 수백명에서 수만명이 장시간 도로를 점령하는 탓에 주말 도심 교통통제는 일상사가 된 지 오래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는 긍정적 효과가 분명 있지만 사회적 비용도 커 무분별한 대회 개최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서울 시내에서 열린 마라톤ㆍ사이클링 대회는 50개 안팎이다. 일부는 한강수변공원을 활용했으나 본격 시즌에 돌입한 3월부터는 거의 매주 도심을 관통하는 대회가 열렸다. 지난 주말까지 서울 도로를 점거한 행사만 15개나 된다. 4개월 간 주말마다 꼬박꼬박 교통체증을 빚은 셈이다.

물론 교통통제를 할 경우 경찰과 주최 측이 사전에 우회로와 통제 시간을 공지한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꿰차고 나오는 시민은 드물다. 회사원 김수현(27)씨는 “지난해 체육 행사가 있는 줄 모르고 택시를 탔다가 남산터미널에서 40분 동안 갇히는 바람에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 공채 시험을 놓쳤다”며 “요즘 세상에 교통통제 뉴스를 챙겨보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회를 개최할 때마다 투입되는 행정력도 만만치 않다. 국제마라톤의 경우 교통 경찰과 모범 운전자 수천명이 코스 운영을 지원하기도 한다. 쏟아지는 시민 불만을 감당하는 것 역시 경찰 몫이다. 한 교통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우회로를 안내하는 교통 경찰에게 폭언을 하거나 차량으로 들이받는 것은 예삿일”이라고 귀띔했다.

주최 측이 굳이 도로에서 행사를 여는 이유는 코스선정이 수익과 직결되는 까닭이다. 한 마라톤 기획사 관계자는 “경기장이나 공원 등 시설을 대여할 때는 돈이 들지만 도로는 사회인프라여서 별도 대여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며 “개최 비용을 줄이면서 도심을 달리고 싶어하는 동호인들의 참여율도 높일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도로 사용과 관련한 당국의 허가 기준은 사실상 없다. 경찰은 행사가 공익성을 해치지 않는 한 교통통제에 협조하고, 서울시도 관리 시설이 코스의 출발ㆍ도착지로 활용될 때에만 조정 절차를 거치는 정도다.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계 관계자는 “우회로 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가급적 사용 허가를 내주고 있다”며 “행사 규모와 도로 사용 시간 등을 제한하는 지침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이 애매모호하다 보니 기획사들이 ‘왜 우리 대회만 불허하느냐’고 문제를 삼으면 경찰도 결국 협조해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체육 동호인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장영기 전국마라톤협회장은 “마라톤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점을 감안해 도심에 달리기 전용 코스를 만들어 교통통제 횟수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기획사들이 행사를 통해 적지 않은 수익을 내고 있는 만큼 수익금 일부를 지자체 등에 기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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