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과 태평양에 걸쳐 있는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바다 ‘웜풀’(Warm pool)이 온실가스의 영향으로 넓어졌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증명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미래의 한반도는 심한 가뭄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
민승기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생긴 온실가스가 지난 60년간 웜풀의 면적을 3분의1 가량 늘렸다는 사실을 컴퓨터 모의실험으로 확인,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 1일자에 발표했다. 민 교수는 특히 “웜풀이 계속 팽창해 태평양이 뜨거워질수록 웜풀 북쪽에 위치한 한반도와 중국은 강수량이 줄어 가뭄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북위 30도에서 남위 30도, 동경 40도에서 서경 120도 사이 해수면 온도가 28도를 넘는 바다를 과학자들은 웜풀이라고 부른다. 더운 바닷물이 공기를 상승시키는 효과 때문에 웜풀 주변 육지에는 폭우와 태풍이 잦다.
연구진에 따르면 1953~59년 평균 3,600만㎢였던 웜풀의 면적은 2000~2012년 4,800만㎢로 33% 이상 증가했다. 연구진은 1950년대와 2000년대, 2010년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컴퓨터에 입력한 다음 이 영향을 받은 경우와 받지 않은 경우를 가정해 모의 실험을 실시, 해수면 온도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 영향을 받은 경우엔 웜풀 면적이 지금처럼 확대됐고, 받지 않은 경우엔 변화가 없었다.
온실가스가 줄지 않는 한 웜풀 팽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어느 방향으로 넓어지느냐다. 서인도양 방향으로 확대된다면 인도를 비롯한 인도양 주변국에 폭우 피해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서태평양 영역의 웜풀이 넓어지면 우리나라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민 교수는 “웜풀의 변화가 동아시아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속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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