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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전세계 팬 등에 업은 '얼음왕국', 아트사커도 넘을까

입력
2016.07.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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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붐’이 내 칼럼을 본단다.

지난 번(6회, 독일축구 ‘노인정’ 앞에서 머리 복잡한 사연)에 이탈리아 축구의 변화를 썼는데 아버지께서 당신 생각과 같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사실 보실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차붐’의 소감을 들으니 갑자기 부담된다. 그래도 내가 선수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칼럼이 재미있다고 칭찬해주는 노련함도 있으시다. 고맙습니다!!

아이슬란드 선수들이 잉글랜드를 꺾고 8강의 기적을 쓴 뒤 팬들과 기뻐하는 모습. 유로 2016 페이스북 캡처
아이슬란드 선수들이 잉글랜드를 꺾고 8강의 기적을 쓴 뒤 팬들과 기뻐하는 모습. 유로 2016 페이스북 캡처

‘돌풍의 팀’ 아이슬란드!!!!

잉글랜드 레전드 게리 리네커(56)는 아이슬란드에 패한 직후 SNS에 ‘잉글랜드는 프로 축구선수 보다 화산이 더 많은 나라에게 패했다’라며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사실이다. 아이슬란드에는 130개 정도의 화산이 있다. 그 중에 75개는 아직도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 반해 프로축구 선수는 100명도 안 되는데 23명이 지금 유로에 와있다.

나는 첼시와 바르셀로나에서 뛰었던 아이두르 구드욘센(38ㆍ몰데)을 빼고 솔직히 아이슬란드 축구를 잘 몰랐다. 하지만 이번에 너무 많은 걸 알게 됐다.

인구가 대략 33만 명 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나라!! 날씨가 너무 추워서 야외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1년에 넉 달 밖에 안 되는 나라!! 실내 축구장을 건설해 어린 선수들이 1년 내내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나라!! 2003년만 하더라도 유럽축구연맹(UEFA)이 인정하는 AㆍB 레벨 지도자 자격증을 가진 아이슬란드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지금은 770명이 넘는다. 지도자의 질이 엄청나게 향상됐다.

아이슬란드는 작지만 축구를 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리고 유로에서 결실을 보고 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아이슬란드 팬이 됐을 것 같다. 아이슬란드 축구는 화려하지도 않고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많은걸 느끼게 하고 박수를 치게 만든다. 아이슬란드에는 호날두나 베일, 뮬러 같은 스타는 없다. 그러나 똘똘 뭉쳐 하나가 됐을 때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아이슬란드 선수들은 동료를 위해 한 발 더 뛰는 희생정신으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득점 뒤 다같이 환호하는 모습. 유로 2016 페이스북 캡처
아이슬란드 선수들은 동료를 위해 한 발 더 뛰는 희생정신으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득점 뒤 다같이 환호하는 모습. 유로 2016 페이스북 캡처

잉글랜드보다 더 영국식 축구로 축구 종가를 물리친 아이슬란드. 대다수의 선수들이 17세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함께 발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경기장 안에서 호흡이 아주 잘 맞는다. 또 하나의 장점은 어떤 선수든 경기장 안에서 희생한다는 것이다. 힘들 때 동료를 위해 더 뛰겠다는 각오가 보인다.

기적의 서막을 알린 득점. 아이슬란드의 비르키르 비야르나손이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모습. 비야르나손 커뮤니티 SNS 캡처
기적의 서막을 알린 득점. 아이슬란드의 비르키르 비야르나손이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모습. 비야르나손 커뮤니티 SNS 캡처

개인적으로 포르투갈과 조별리그에서 골을 넣은 스위스 바젤 소속의 미드필더 비르키르 비야르나손(28ㆍ바젤)이 눈에 띈다. 자기 진영 깊은 곳까지 내려가 수비하다가 공을 뺏으면 긴 머리를 휘날리며 바로 공격에 가담 한다. 베일이나 호날두처럼 스피드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그라운드 어디든 뛰어갈 준비가 된 선수다. 나는 비야르나손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프랑스와 8강에서 그가 얼마나 많이 뛰는지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아이슬란드 국민의 60%가 요정이 있다고 믿는다. 농담이 아니고 진짜다! 건물을 새로 지을 때 그 자리가 요정이 쉬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지 검사하는 사람까지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아이슬란드 요정들이 프랑스로 넘어와 힘을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하하.

요정의 힘을 등에 업고 팀이 하나로 뭉쳤다고 해도 8강에서는 홈팀 프랑스가 이길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한국시간 7월 4일 오전 4시)

프랑스는 아일랜드와 16강을 끝낸 뒤 1주일을 쉬었다. 대회를 치르며 한 팀이 1주일간 휴식인 건 처음 본다. 3~4일 간격에 리듬이 맞춰진 선수들에게 이번 긴 휴식이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우승 멤버였던 엠마누엘 쁘띠(46)는 “알바니아나 아일랜드 같은 팀도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에 가까운 경기를 했다. 프랑스가 진짜 강팀을 만나면 이기기 힘들 것이다” 라고 지적했다. 프랑스가 8강까지 오는 동안 우승할 거란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공격진은 좀처럼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을 방법을 못 찾고 로랑 코시엘니(31ㆍ아스날)와 아딜 라미(31ㆍ세비야)가 버티는 중앙 수비는 이탈리아나 독일과는 다르게 어딘가 불안하다.

나는 프랑스가 정확히 어떤 전략, 전술을 가졌는지 파악이 잘 안 된다. 벨기에처럼 움츠렸다가 빠른 선수를 이용해 역습을 하는지? 독일처럼 볼을 점유하다가 허점이 보일 때 파고 드는지?

프랑스의 공격수 앙투안 그리즈만의 세리머니 모습. 현재 3골로 득점 선두다. 앙투안 그리즈만 커뮤니티 SNS 캡처
프랑스의 공격수 앙투안 그리즈만의 세리머니 모습. 현재 3골로 득점 선두다. 앙투안 그리즈만 커뮤니티 SNS 캡처

솔직히 지금까지는 디미트리 파예(29ㆍ웨스트햄)나 앙투안 그리즈만(25ㆍ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같은 선수들이 고비 때마다 번뜩이는 개인 능력을 선보여 이긴 것이다. 프랑스가 수준 높은 팀을 만나면 큰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나도 해본다. 프랑스 선수들은 자국 대회라 너무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번 경기는 홈팀 프랑스의 승리를 예상한다. 하지만 바이킹 정신과 요정의 마법이 합쳐져 아이슬란드가 또 기적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프랑크푸르트 크론베르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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