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0만원 굴비세트를 4만원에 사면? 영수증 통해 증명해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0만원 굴비세트를 4만원에 사면? 영수증 통해 증명해야!

입력
2016.07.02 04:40
0 0

중앙 정부부처에서 근무하는 김모 과장은 추석을 맞아 평소 존경하던 상사인 국장에게 10만원짜리 굴비세트를 선물했다가 ‘김영란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김 과장은 인터넷 공동구매로 굴비세트를 4만9000원에 샀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과장은 처벌 받을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9월28일)이 약 석달 앞으로 다가왔다. 법은 공무원과 사립대 교수, 언론인 등이 제3자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와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골자다. 그간 '관행'에 명확한 선을 그어 부패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관행은 ‘사회적 습관’이다. 그 습관에 법적 잣대를 적용하자니 김영란법 저촉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한 경우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관가와 재계 그리고 언론가에서는 무엇이 김영란법 위반이고 아닌지가 식사자리의 뜨거운 화두가 된지 오래다. 법을 제대로 알아야 과거의 습관도 고칠 수 있는 법. 김영란법 적용 여부가 애매한 사례들을 질의 응답(Q&A)으로 정리해 봤다.

Q. 사립학교 교직원인 A씨는 학부모 세 사람으로부터 일식집에서 식사대접을 받게 됐다. A씨는 2만5000원짜리 초밥정식을 시켰다. 그러나 네 사람의 식사비총액은 20만원. A씨는 처벌을 받나.

A. 식사비 상한액은 1인당 3만원이며, 단체 식사 시 총 금액의 N분의 1로 계산한다. 총 식사비가 20만원이라면, 1인당 5만원씩 먹은 셈이어서 A씨는 김영란법을 어긴 것이다. A씨가 2만5,000원어치만 식사했음을 증명할 수 있다면 위법이 아니지만, 이를 증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Q. 언론사에 다니는 B씨. 우연히 알게 된 대기업 홍보팀의 C부장과 식사를 하게 됐고, 식사비 10만원을 C부장이 지불했다. B씨는 신문사 행정부서 직원으로 기자는 아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가.

A. 그렇다. 기자가 아니더라도 언론사 직원은 모두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다. 꼭 기자가 아니더라도 언론사 직원은 대기업 홍보팀 부장과의 직무 연관성이 없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Q. 고위공직자 D씨의 딸인 대학생 E양은 아버지 직속 부하 직원으로부터 120만원짜리 명품백을 선물 받았다. E양은 김영란법을 어겼나.

A. 딸 E양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김영란법은 적용 대상에 공직자와 그 배우자에 한정했다. 다만 아버지 D씨가 자신의 딸이 명품백을 받은 사실을 묵인하거나 사실상 그 명품백을 아버지가 받은 것으로 인정될 경우 D씨에게 형법상 뇌물수수죄를 적용할 수 있다.

Q. 지방 관공서의 F계장은 해당 부처에서 발주한 사업을 맡은 업체의 G과장과 업무적으로 만나면서 스스럼없는 관계로 친해졌다. 어느 날 G과장이 당장 필요한 현금이 없어 무심결에 F계장에게 10만원을 꾸었다. 다음날 돈을 갚으려 하자, F계장은 “됐다”며 “술이나 한잔 사라”고 한다. 술값은 10만원을 훌쩍 넘었다. 채무 상환을 식사대접으로 대신한 것인데도 김영란법 위반인가.

A. 두 사람 간 채무관계는 별개의 문제다. 어쨌든 두 사람은 직무 연관성이 있고, F계장은 1인당 3만원을 초과한 식사를 대접받아 김영란법을 위반했다. 채무관계와 친분 등 저간의 사정을 고려하면 한도 끝도 없다.

Q. 직속 상관에게 10만원짜리 굴비세트를 선물한 공무원 H씨. 인터넷 공동구매 방식으로 굴비세트를 4만9000원에 샀다고 주장한다면.

A. 영수증 등 4만9000원에 샀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면 위법이 아니다. 다만 시가와 실제 구매가가 터무니없이 차이가 날 경우, 예를 들어 50만원짜리 양주를 10만원에 구매했다고 주장하는 등의 경우는 수사 당국의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Q. 국내 유명 사립대 H교수가 ‘선진국의 식품안전관리 실태’를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에 초청돼 다른 교수들과 함께 미국 출장을 가게 됐다. 항공료와 숙박비 등 1인당 500만원의 비용을 세미나 주최측인 정부부처에서 일괄 제공키로 했다. 이 출장은 김영란법 위반인가.

A.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법행위가 아니다. 김영란법은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정부부처)가 참석자(H교수 등)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물 등의 금품은 적용 예외”로 뒀다. H교수 등이 공식 스케줄에 따라 해당부처에서 제공하는 숙박비 등을 받았다면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다. 다만 H교수가 출장 일정 중 뮤지컬 관람을 제공받았다면, 출장 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어 김영란법에 따른 처벌을 받는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